1984년 5월6일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서울 여의도 광장에서 한국 천주교 순교자 103인을 성인품에 올렸다.

교황이 이례적으로 지역교회를 직접 방문해 시성식(諡聖式)을 거행할 만큼 한국 천주교 뿐만 아니라 세계 가톨릭계의 경사였다. 하지만 순교성인 103인의 탄생 과정은 지난했다. 시성 추진에 필수적인 '기적 심사' 때문이었다.

박해시대 순교자들의 행적에서 기적의 증거자료를 찾기란 거의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이때 당시 서울대교구장이던 고(故) 김수환 추기경이 보낸 청원서가 교황과 바티칸 당국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목숨을 버리면서까지 신앙을 증거한 신앙 선조들 사이에서 왜 기적이 일어나지 않았겠습니까. 다만 그것을 증명하지 못할 따름입니다.

그러나 순교자들로 인한 기적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100년에 걸친 박해 잿더미에서 교회가 다시 일어서고 복음이 퍼져나가 한 해 영세자가 10만명에 달하는 게 기적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

순교성인 103위 시성 25주년을 맞아 이들의 삶을 돌아보는 자리가 마련된다. '103위 성인의 생애와 활동'을 주제로 12일부터 12주간 매주 목요일 오후 7시부터 90분간 서울 저동 한국교회사연구소(소장 김성태 신부)에서 열리는 공개강좌다.

103위 성인의 시복시성 과정과 박해 시기의 활동,성인들이 남긴 기록과 유물,새로운 시복 추진과 시복시성 운동의 과제 등에 대해 강연한다. 수강료는 교재 포함 5만원.(02)756-1691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