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산 큰스님이 '김치 영어'로 하신 법문을 녹음하거나 메모했다가 김치 맛 그대로 풀어 쓴 것이 이 책입니다. 원래 하버드대 신학대 석사학위 논문으로 제출했던 것인데,전통적인 선불교의 틀에서 벗어나 현대인이 쉽게 이해하고 접할 수 있도록 날카로우면서도 부드럽고 살아 있는 숭산 스님 특유의 가르침을 담았습니다. "

40만권 이상 팔린 베스트셀러 '만행-하버드에서 화계사까지'의 저자인 미국인 현각 스님(45)이 2004년 입적한 숭산 스님의 가르침을 정리한 법문집 '부처를 쏴라'(양언서 옮김,김영사)가 번역돼 나왔다. 숭산 스님은 1970년대부터 해외 포교에 나서 세계 32개국에 120여개 선원을 설립 · 운영한 국제 포교의 선구자.현각 스님은 하버드대 신학대학원에 재학 중이던 1990년 숭산 스님을 만나 2년 뒤 출가했다.

"책 제목 '부처를 쏴라'는 깨달음을 얻는 데 장애가 된다면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이고 조사를 만나면 조사를 죽이라'는 살불살조(殺佛殺祖)의 가르침을 담고 있습니다. 총은 생명을 해치기도 하지만 지키기도 합니다. 돈이든 총이든,권력이든 명예든 그 어떤 것도 그 자체로 나쁜 것은 없습니다. 어떻게 사용하느냐가 중요하죠.부처도,부처님의 가르침도 마찬가지예요. 따라서 마음의 평화를 얻는 데 부처가 방해가 된다면 그 총으로 부처를 쏘면 됩니다. "

출가 이후 32차례나 한국 사찰에서 안거를 해 온 현각 스님은 지난 겨울 경북 문경 봉암사에서 동안거를 보내며 석 달 동안 일절 말을 하지 않고 묵언했다. 그는 "묵언수행과 묵언하지 않는 수행의 차이는 담배를 피우면서 조깅하는 것과 그냥 조깅하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며 "1~3년씩 밖에서 문을 잠그고 수행하는 무문관 정진도 꼭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현각 스님은 "원래 뜻과 달리 내가 한국에서 너무 유명해져서 이젠 초발심으로 돌아가야겠다"며 "말도 안 통하고 시스템도 다른 유럽으로 가서 한국 사찰을 세우고 한국 불교와 문화를 알리겠다"고 설명했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