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할 때는 호의적인 평판이 가득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퇴색해서 좀처럼 회복하기 힘들어진다. 그럴 기회가 있더라도 단 한 번뿐인 것 같다. 상황이 이렇기 때문에 대통령은 매사에 신중해야 한다. 대중의 신뢰를 얻고자 할수록 채워야 할 신뢰의 양은 더 늘어난다. "(월터 먼데일 미국 제42대 부통령)

얼마 전 한 칼럼에서 '느닷없는 대통령'이란 재치 있는 표현을 읽었다.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터져나오는 대통령의 돌출발언들이 문제를 더욱 꼬이게 만든다는 풍자였다. 지난 25일로 이명박 대통령 정부가 집권 1년을 넘겼다. 정치학 교과서들은 한결같이 '새 대통령은 취임 1년 안에 모든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가르치고 있지만 현실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오히려 그런 교과서적 당위성을 제대로 실천해낸 대통령이 없기 때문에 더욱 교조적인 정설로 굳어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대통령학》은 대통령의 여러 가지 측면 중에서 특히 국정 아젠다를 성공적으로 추진하고 실현해낼 수 있는 조건들을 모색하고 있다.

시기적으로 임기 첫해 초반이 성공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지적은 예와 같지만 아젠다 설정에 있어 합의의 중요성,정책 대상을 세밀하게 고려하는 정치적 배려 같은 전략을 충분히 이해해야 정책이 빛을 발할 수 있다고 이 책은 권고한다. 만일 성공확률이 가장 높은 시기를 놓쳤다면 그 이후 다가올 '승산 없는 대통령직'과 신뢰 회복을 위한 대처방법도 읽을 수 있다.

이 책의 토대는 케네디에서부터 빌 클린턴 대통령에 이르는 역대 행정부의 정책설정과 추진과정이 중심이다. 특히 실무를 담당했던 백악관 고위 참모진의 생생한 인터뷰와 증언이 그대로 실려 있어 그들의 성공과 실패를 가감없이 드러낸 한 편의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재미가 있다.

집권 2년차 이명박 정부에 대한 설문조사는 '화합과 포용'을 주문하는 많은 국민들의 기대를 말하고 있다. 국민적 합의와 지지 없이 중요한 국정아젠다를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힘의 정치'에 대한 경고지만,포용정책에도 대통령의 타이밍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이 책은 담고 있다.

원제는 《대통령의 아젠다》(The President's Agenda).1982년 존스홉킨스대학 출판부에서 초판이 나왔고,이번 번역은 1999년 상당부분을 새로 쓴 제3판을 토대로 했다.

우종근 편집위원 rgbac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