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가치 강세의 덕을 보려는 일본인 관광객들이 국내 호텔을 먹여 살리고 있다.

22일 호텔업계에 따르면 최근 쇼핑 등의 목적으로 한국을 찾은 일본인 투숙객 비율이 예년의 두 배가 넘는 곳이 많다.

밀레니엄 서울힐튼호텔은 올해 들어 17일까지 일본인 평균 점유율이 전체 투숙객의 36%에 달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15% 안팎에 머물렀던 것과 비교하면 갑절로 불었다.

밀레니엄 서울힐튼은 일본인 특수에 힘입어 투숙률도 97%에 육박하고 있다.

객실 단가가 비교적 비싼 웨스틴조선호텔도 이달 들어 40%의 일본인 점유율을 기록했다.

작년 중반 10%였던 점유율은 같은 해 12월에는 20%로 느는 등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일제 강점기인 1914년 한국 최초의 근대식 호텔로 세워진 웨스틴조선은 이러한 `일본인 점령' 현상이 95년 역사상 초유의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웨스틴조선 박용근 과장은 "언젠가 호텔 식당에서 아침을 먹는 내국인이 너무 많아서 놀란 적이 있는데 알고 보니 대부분 검은 머리를 한 일본인이더라."라고 말했다.

국내 최대 객실을 보유한 롯데호텔도 이달 일본이 점유율이 64%를 기록하는 등 최근 3개월간 60%를 웃돌고 있다.

투숙률은 92% 수준.
일본인 쇼핑객의 `타깃'인 명동과 다소 떨어진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이나 강남에 있는 코엑스 인터컨티넨탈호텔도 마찬가지로 일본인 투숙객이 예년의 배가 늘었다.

이들 일본인은 대부분 비즈니스 고객이 아닌 개인 고객이다.

대체로 2박3일간 머물면서 물건을 사는 `쇼핑 관광'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병원 치료를 받고 가는 `의료 관광'도 있다.

스파 상품을 6년째 운영하는 그랜드하얏트호텔은 이른바 `때 관광' 수혜자다.

최근 일본인들이 몰려와 쇼핑하고, 호텔 내에서 스파를 즐기면서 `때밀이'를 많이 요구한다고 한다.

밀레니엄 서울힐튼 곽용덕 과장은 "지금 일본인들이 호텔을 먹여 살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면서 "하지만 영업의 근간은 비즈니스 고객이라야 한다.

엔고 현상이 사라지면 개인 고객은 물거품처럼 사라진다"고 말했다.

한국을 찾는 일본인 관광객들은 자국의 호텔 사정은 안중에도 없는 듯하다.

일본의 주요 호텔들은 요즈음 외국인 출장, 여행객이 크게 줄면서 객실 가동률이 크게 떨어져 자금력이 약한 호텔들은 도태되는 등 업계 재편의 가능성마저 있다고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이 최근 보도하기도 했다.

(서울연합뉴스) 이동경 기자 hopem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