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혈팬ㆍ구매력 확실한 팬 집중공략
므라즈, 트래비스, 오아시스, 엑스재팬 예매 호조

심각한 경제 침체로 문화계 곳곳이 불황에 시달리고 있다.

해외 팝 공연 시장도 마찬가지다.

고환율 문제까지 겹치면서 대형 공연은 거의 자취를 감췄고 관객 수도 지난해와 비교하면 상당히 떨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내 대표적인 공연기획사인 옐로우나인의 경우 지난해 3월까지 5개의 공연을 열었으나 올해는 같은 기간에 2개밖에 준비하지 못한 상황이다.

17일 공연업계에 따르면 이런 와중에 관객 동원에 어느 정도 성공하며 불황을 이겨내는 공연이 있어 관심을 받고 있다.

일부 공연은 매진을 시키는 성공까지 일궈내고 있다.

대표적인 공연이 지난달 17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그룹 스웰시즌의 공연이었다.

영화 '원스'의 주인공들로 결성된 이 그룹은 일반인에게는 다소 생소한 이름이지만 영화의 인기를 앞세워 2회 공연을 모두 매진시키며 6천 관객을 동원했다.

미국 싱어송라이터 제이슨 므라즈의 21일 공연도 매진을 앞두고 있다.

지난해 3월, 8월 1천800석 규모의 멜론악스홀 공연을 매진시킨 므라즈는 공연장을 4천석 규모의 올림픽공원 올림픽홀로 바꿨지만 역시 좋은 호응을 얻고 있다.

두 공연을 주최한 프라이빗커브는 라울 미동, 라세 린드, 정재형, 김광진 등 국내외 실력파 가수들이 출연하는 싱어송라이터 시리즈를 4월에 열 계획이다.

공연장은 800석 규모(세종문화회관 M시어터)라 다소 작은 편이지만 역시 매진을 기대하고 있다.

영국 록 밴드 트래비스, 오아시스를 비롯해 일본 록 그룹 엑스재팬의 공연도 사정은 비슷하다.

내달 1일 공연하는 트래비스는 전체 티켓의 80%가 예매됐고, 오아시스와 엑스재팬도 공연은 한 달 이상 남았지만 티켓의 절반 이상이 팔렸다.

이처럼 최근 선전하는 팝 공연들에는 공통점이 있다.

일반적으로 인기가 높은 대중 스타라기보다는 견고한 열혈 팬층을 확보한 뮤지션의 공연이라는 점이다.

프라이빗커브의 추나현 과장은 "많은 팬을 거느린 뮤지션보다는 음악을 좋아하고 잘 아는 분들이라면 꼭 찾을만한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공연은 구매력이 확실한 층을 공략하고 있다.

경기와 상관없이 자신이 원하는 소비를 하는 20~30대 관객이 주요 타깃이다.

오아시스와 트래비스 공연을 기획한 옐로우나인의 홍희선 과장은 "경기가 어렵다 보니 공연 계약을 할 때 예전보다 훨씬 더 심사숙고하게 된다"며 "특히 구매력있는 20대 후반에서 30대 여성을 타깃으로 한 공연을 찾게 된다"고 말했다.

또 이런 공연을 기획한 기획사는 적정 수준의 가격을 유지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환율 급등 때문에 가격을 올려야 하지만 이전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가격을 결정하는 것.
추 과장은 "주 관객이 20~30대인 만큼 티켓 가격을 함부로 올릴 수 없다"고 설명했다.

와중에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관객층 공략에 성공한 공연도 있다.

내달 13~20일 전국 투어를 펼치는 사라 브라이트만의 공연이다.

이 콘서트의 서울 공연은 VIP석 가격이 22만 원에 달한다.

하지만 티켓 예매를 시작하자 VIP석에 이어 16만5천 원의 R석 등 비싼 좌석이 먼저 팔려나가고 있다.

이 공연을 기획한 액세스엔터테인먼트는 "VIP석의 60% 이상이 기업에 팔리고 있다"며 "기업이 접대 비용을 줄이는 대신 문화마케팅에 비용을 지출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한편 최근 불황이 팝 공연계의 거품이 꺼지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하는 관계자도 있다.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국내 기획사 간의 경쟁으로 해외 뮤지션의 몸값이 턱없이 올라간 경우가 비일비재했기 때문이다.

국내 직배 음반사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는 들어보지도 못한 신생 기획사가 공연 유치 경쟁에 뛰어들어 거품을 키우는 바람에 튼실한 기존 기획사가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며 "이렇게 거품이 꺼지면서 뮤지션 개런티와 공연 가격이 합리적으로 정리되는 계기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설명=위부터 스웰시즌<<프라이빗커브 제공>>, 오아시스<<옐로우나인 제공>>, 엑스재팬)



(서울연합뉴스) 김영현 기자 coo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