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김종욱 찾기' 공개 오디션 현장

"수고하셨습니다.이제 가셔도 됩니다"(심사위원)

"마지막으로 개인기를 하나 준비했는데 보여드리면 안될까요?"(응시자1)
"그럼 끝으로 할머니 역 연기를 하면서 나가겠습니다."(응시자2)

9일 뮤지컬 '김종욱 찾기'의 첫 공개 오디션이 열린 대학로 소극장 예술마당 연습실.

400여명이 지원한 이번 오디션에서 가장 눈길을 끈 것은 주인공 김종욱이 아닌 멀티맨 역 응시자들이었다.

'김종욱 찾기'의 감초로 불리는 멀티맨은 공연 90분 동안 22개의 캐릭터로 변신하는 1인 다역의 결정체다.

이번 오디션에서 주어진 과제는 지정곡 한 곡과 2-3분 분량의 대사. 이 짧은 대사 속에서도 대머리 부장, 여자 애인, 신문사 편집장, 군인 출신 아버지, 젠틀맨, 집주인 등 6가지 역할을 소화해 내야 한다.

과제를 다한 뒤 운좋게 심사위원의 눈에 들면 자유곡을 부를 기회를 얻기도 한다.

한 사람에게 주어지는 테스트 시간은 기껏해야 5분 가량. 이 순간을 위해 심혈을 기울여 준비해 온 지원자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너무 부족한 듯 했다.

지원자 정동석 씨는 오디션 장을 나가면서도 "대사 하나 하면서 가겠다"며 꼬부랑 할머니 연기를 보여주면서 퇴장하는 재치를 보여줬다.

양탄자와 맥주병 등 소품까지 갖추고 나온 김주후 씨는 주어진 과제를 마친 뒤 심사위원들의 추가 주문이 나오지 않자 "특기를 좀 준비해왔다"면서 시키지 않은 개인기까지 선보였다.

시간이 모자라 과제로 주어진 연기를 중간에 제지당한 한 지원자는 "다음 부분이 내가 준비해 온 하이라이트인데 못해 아쉽다"며 읍소해 심사위원들로부터 연기를 끝까지 보여줄 기회를 얻어내기도 했다.

이밖에 노래 한 부분을 창으로 바꿔 불러 웃음을 자아낸 응시자도 있었고, 우스꽝스러운 복장에 재치있는 안무로 심사위원들의 눈길을 끈 지원자도 있었다.

뮤지컬 '미녀는 괴로워'에서 아버지 역으로 출연했던 정동석 씨는 "다채로운 캐릭터로 변신하면서 주인공보다 더 사랑받을 수 있는 역할이라는 점에 매력을 느꼈다"면서 "열심히 준비했는데 전부 못 보여준 것 같아 안타깝다"며 아쉬운 마음을 나타냈다.

심사를 맡은 연출가 김동연 씨는 "'멀티맨'은 노래는 물론 코믹하면서 에너지 넘치는 연기를 소화해야 한다"면서 "하나의 캐릭터에만 치우치지 않고 수많은 캐릭터를 자유자재로 오갈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희선 기자 hisunn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