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남' O.S.T 음악차트 장악, 8만장 주문

드라마 음악 작곡가 오준성(43)씨는 요즘 어딜가나 축하 인사를 받는다.

시청률 30%를 돌파한 KBS 2TV '꽃보다 남자' O.S.T 전곡을 작곡ㆍ편곡한 드라마의 숨은 공신이기 때문이다.

전용기를 타고 F4가 구준표(이민호) 집안의 섬으로 여행을 떠날 때 깔린 '파라다이스', 금잔디(구혜선)가 구준표와 윤지후(김현중) 사이에서 갈등한 장면의 '러키(Lucky)', 윤지후가 첫사랑 민서현(한채영)을 떠나보낼 때 나온 노래 '내 머리가 나빠서' 등이 모두 그의 작품이다.

O.S.T 수록곡 8곡은 청소년, 주부 시청자를 TV 앞으로 끌어들인 드라마의 인기에 힘입어 싸이월드 뮤직, 도시락, 엠넷닷컴 등 각종 음악사이트를 장악했다.

O.S.T 유통사인 도레미미디어는 "첫 주문 물량 3만장이 소진된데 이어 현재 8만장을 유통시킨 상태"라고 밝혔다.

O.S.T 시장은 판매량 1만~2만장을 '대박' 기준으로 삼는 만큼, 음반 시장 불황 속에서 주문 물량 8만장은 큰 경사다.

오준성씨는 '마이 걸', '마녀유희', '왕과 나', '칼잡이 오수정' 등 히트 드라마의 O.S.T를 만든 작곡가 겸 뮤직비디오ㆍCF 감독으로 활동 중이다.

최근 서울 연희동 녹음실에서 만나 축하 인사를 건네자 그는 "연출자인 전기상 감독님과 시청자들이 후원자였다"며 "'꽃보다 남자' 음악을 작업하면서 3개월간 집에 6번 들어갔다"고 말했다.

여느 O.S.T 음반과 달리 전곡을 써서 놀랐다고 하자 오씨는 "기존 드라마 음악감독과 다른 방식으로 작업하니 욕심이 많다는 오해도 받는다"며 "엔니오 모리코네, 한스 짐머 등 해외 영화음악 작곡가들은 작품의 전체 맥락을 고려해 홀로 작업하는데 국내 상황이 좀 특이한 것"이라고 운을 뗐다.

"'드라마 음악을 혼자서 만들었느냐'는 질문이 없어지는 게 제 바람이에요.

드라마 감독이 여러 명이 될 수 없듯이 영상과 호흡하는 드라마 음악 작곡가 역시 여러 명이 될 수 없죠. 영상의 느낌을 음악에 실어야 하기 때문에 멜로디를 만드는 작업은 공유할 수 없는 시스템이에요.

영상이 떠오르게 하는 힘이 있는 음악이 좋은 O.S.T죠."
전기상 감독은 그에게 일본, 대만 드라마와의 차별을 위해 배경음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한다.

그는 "만화 원작을 읽고 캐릭터를 분석했고 차별화를 꾀하려고 일본 판을 봤다"며 "일본 판은 조금 무겁고 연속극 같았다.

그러나 한국 판은 판타지 로맨스라기 보다 원작의 느낌을 살린 실사 만화에 가깝다.

그렇기에 대사가 비교적 적고 장면을 설명해주는 음악을 많이 사용해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음악이 과다해 뮤직비디오 같다는 시청자 게시판의 비판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설명했다.

"만화여서 대사가 적으면 음악이 대신 채워야 합니다.

몇십초 짜리 짧은 장면은 연주 음악으로 가지만 1분30초 이상 될 경우 지루하므로 보컬이 들어간 노래여야 해요.

일본 드라마의 경우 음악이 거의 없어요.

음악이 많이 들어가는 것도 전작과의 차별을 두기 위한 전략 중 하나고요.

"
남자 넷인 F4를 상징하는 음악은 강해야 하기에 진취적인 느낌의 '파라다이스', 캔디 같은 오뚝이 형 소녀 금잔디의 순수함을 표현하기 위해 기성 보컬이 아닌 아마추어 고교생 보컬 애슐리를 기용한 '러키', 윤지후가 극중 연주하는 바이올린 곡 '라 로마네스카(La Romanesca)'를 전주에 얹어 '내 머리가 나빠서'를 완성했다.

"드라마 음악 작업을 할 때는 극중 인물과 상황에 맞는 테마 멜로디를 먼저 만들죠. 이 곡들을 편곡해 때론 빠르게 느리게, 여러 장르로 편곡해 장면에 맞게 사용합니다.

이 테마를 길게 완성해 가사를 붙여 보컬이 담긴 노래로 만드는거죠. 테마의 변주가 많이 필요한 작업입니다.

"
그가 드라마 음악 작업 때 한층 돋보인 것은 대학원에서 영상을 전공한데다 오랜 편곡 경력덕분이다.

신효범, 녹색지대, 김범룡, 브라운아이드걸스, 베이비복스, 캔, 김조한, 성시경, 엄정화 등의 음반에서 작곡 및 편곡자로 참여했다.

'구미호', '결혼이야기', '주노명 베이커리' 등 영화 음악 작업도 했고 수년간 MBC 대학가요제 출연진의 음악 편곡도 맡았다.

그는 "사극, 공포 영화, 코미디 드라마 등 여러 장르의 곡을 쓰게 된 밑바탕은 모든 장르를 수렴해야 하는 편곡자로 활동했기 때문"이라며 "가장 어려운 것은 자칫 유치해질 수 있는 코미디 음악"이라고 귀띔했다.

"뮤지션이라기 보다 생활인에 가까운 음악인"이라는 그는 인터뷰 말미 독특한 부탁을 했다.

"의도적으로 아마추어 보컬을 쓴 '러키'에 대해 가창력 논란이 일면서 일부에서는 '제 딸이 부른 것 아니냐'는 궁금증을 갖더군요.

중학교에 올라가는 딸 이름이 오정민인데 친구들이 아빠가 '꽃보다 남자' 음악을 만들었다면 안 믿는답니다.

이번 인터뷰로 사실이란걸 좀 증명해주세요.

하하."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mim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