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식니즘'으로 설연휴 강타..'우결' 등 종횡무진

"어린 시절부터 주성치의 팬이었어요. 너무너무 존경해요. 한국의 주성치가 되고 싶어요. 많은 사람들을 오래도록 웃기고 싶습니다."

여자 개그우먼이 남자 코믹 배우를 닮고 싶다는 바람을 밝히니 당황스럽다.

그러나 152㎝의 작은 키, 동글동글한 얼굴, 장난기 가득한 눈동자의 스물다섯 아가씨는 홍콩 코믹 스타 저우싱츠(周星馳)의 이름을 부르며 꿈을 꾸는 듯한 표정을 짓는다.

개그우먼 김신영이 2009년 초부터 웃음 폭탄을 실어나르고 있는 기운이 심상치 않다.

그는 지난달 25일 MBC 설특집 '스타배틀댄스'에서 비의 '레이니즘'을 패러디한 '폭식니즘'으로 대박을 터뜨렸고, 같은 날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 - 우리 결혼했어요'에서는 웨딩드레스 차림으로 출연해 배우 신성록과 새로운 부부 탄생을 알리며 또다른 웃음을 선사했다.

특히 그의 천연덕스러운 패러디가 압권인 '폭식니즘'은 방송 이후 인터넷에서 다시 폭발적인 화제를 모으며 회자됐다.

"그냥 차에서 '레이니즘'을 듣다가 문득 떠오른 아이디어였어요.

제가 원래 노래 패러디하는 것을 좋아하거든요.

(웃음) 대략 20분 만에 가사를 만들었을 거에요.

반응이 좋으니까 기분 좋아요.

전 사람들을 즐겁게 할 수 있다는 것이 너무 기뻐요.

"
사실 '폭식니즘'은 김신영의 경험에서 나온 것이다.

"저 사실 중학교 때까지만 해도 빼빼 말랐었어요.

그러다 고2 때 불과 3개월 만에 18㎏이 쪘어요.

그때 왜 그렇게 먹어댔는지 모르겠는데 스트레스가 엄청났던 것 같아요.

역시나 경험에서 나오는 것만큼 재미있는 개그 소재는 없는 것 같아요.

(웃음)"
김신영은 '남자 개그맨을 웃기는 개그우먼'으로 정평이 나 있다.

배짱이 두둑하고 아이디어가 많아 개구쟁이 같은 남자 개그맨들도 그의 앞에서는 배꼽을 잡는다.

"사실 낯을 많이 가려요.

남자들과는 처음에는 친해지기 힘들죠. 남자들이 처음에 절 보면 '특이하게 생겼다' 정도로만 생각할 거예요.

그런데 서서히 친해지면 제 독한 개그에 무너지죠.(웃음) 개그우먼들이 남자 개그맨한테 인정받기 힘든데 그것을 이겨내기 위해 노력도 많이 했어요.

"
일례로 그는 2007년 KBS쿨FM '안재욱과 차태현의 Mr.라디오'에 게스트로 참여할 당시 두 DJ를 무장해제시켰다.

북한 사투리를 쓰는 한석봉 어머니 캐릭터부터 시작해 그가 출연하는 날은 안재욱과 차태현이 웃느라 진행을 제대로 못할 정도였다.

"어린 시절부터 개그우먼을 꿈꿨어요.

지금의 제 사인은 그런 꿈을 꾸며 초등학교 5학년 때 만들었어요.

고등학교 때는 웃기는 게 소문나 이웃학교에서 저를 보러 몰려들 정도로 유명했어요.

고 3때 개그우먼이 되겠다고 했더니 친구나 담임 선생님이나 가족이나 모두 당연하다는 듯 받아들였어요.

(웃음)"
이렇게 해서 얼굴에 구레나룻을 붙이고 남진의 '저 푸른 초원 위에'를 부르던 키 작은 소녀는 2003년 12월 SBS개그콘테스트에 입상하면서 꿈에도 그리던 개그우먼이 됐고, SBS TV '웃찾사'에서 '깜찍이 끔찍이', '행님아' 코너를 잇따라 히트시키며 이름을 날리기 시작했다.

'행님아'는 무려 2년8개월간 장수한 코너다.

"'행님아'를 할 때는 제가 남자인지 여자인지 헛갈린다는 분들이 무척 많았어요.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남자여? 여자여?'라고 종종 물어보셨어요.

(웃음)"
늘 밝은 모습만 보여줬던 것 같지만 김신영에게도 힘든 시기는 있었다.

2006년에는 1년을 꼬박 일 없이 쉬기도 했다.

"데뷔를 준비하면서 8개월 간 대학로에서 합숙하는데 돈이 없어 무대에서 칼잠을 자고 한 겨울에 찬물로 머리를 감아야하는 등 힘든 시간을 보냈어요.

한창 꾸밀 나이에 추레하게 다녀야했던 스트레스도 컸어요.

하지만 사람들을 웃기기 위해 이 고생을 시작했는데 울면 안된다며 이를 악물었어요.

'행님아'의 경우도 네 번이나 퇴짜를 맞은 끝에 방송이 될 수 있었고, 2006년에는 불러주는 데가 없어 말도 못하게 힘든 시간을 보내야했습니다.

"
그런 그가 2007년 재기에 성공해 지금까지 쭉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MBC표준FM '신동, 김신영의 심심타파'(밤 12시)로는 지난해 MBC연기대상에서 라디오 부문 신인상을 거머쥐기도 했다.

"개그에서 나아가 국경을 넘어 웃음을 주는 주성치처럼 실력 있는 희극 배우가 되고 싶어요.

진지한 연기를 하면서도 웃길 수 있는 그런 희극 배우가 돼서 장수하고 싶습니다.

"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prett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