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청이 올 하반기에 슈퍼컴퓨터(슈퍼컴) 3호기를 도입할 예정이어서 지난 5년간 기상정보 수집을 도맡았던 2호기의 운명에 벌써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기상청은 3일 550억원을 들여 도입하는 슈퍼컴 3호기를 충북 청원의 오창과학산업단지 내 국가기상슈퍼컴퓨터센터에 오는 9월 설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서초동 IDC 센터에 설치된 2호기는 3호기가 본격 가동에 들어가게 되면 자리를 내줘야 하는 상황이다.

세계 슈퍼컴 순위에서 500위권에도 들지 못하는 처지가 된 기상청의 슈퍼컴 2호기는 2004년 도입돼 올해로 내구연한인 5년에 이르렀다.

2호기의 두뇌에 해당하는 CPU(중앙처리장치) 활용도는 한계점인 70%를 넘어서 계속 활용하려면 엄청난 비용이 들어가는 성능개선 작업이 필요하다.

기상청은 2호기의 처리문제를 아직 결정하지 못했지만 그런 이유로 일정 기간 활용하다가 퇴출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상태다.

기상청 관계자는 "3호기가 도입되더라도 짧게는 6개월에서 길게는 1년 정도의 설치.최적화.안정화 단계를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안정화 단계를 거쳐 내년 하반기부터 3년가량 2, 3호기를 함께 운영해 경제적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며 "3년가량 2호기를 3호기와 함께 사용할 경우 경제적 효과가 400억원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2호기의 구체적인 퇴역시기는 2013년이 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그 후에는 연구기관.대학 등에 매각 또는 기증되거나 슈퍼컴 1호기와 같은 운명을 맞을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2004년 구매 당시 500억원을 호가한 2호기를 유지하는 연간 비용이 50억원에 달하기 때문에 매각은 물론 기증도 성사될 확률이 높지 않은 상황이다.

실제로 1999년 도입된 200억원짜리 1호기는 2호기에 자리를 내준 뒤 마땅한 수요처가 나타나지 않아 2005년 12월 해체작업을 거쳐 전시용 일부 부품을 제외하고 이듬해 1월 고철 값이나 마찬가지인 120만원에 팔려나갔다.

기상청 관계자는 "일단 2호기를 재활용할 능력이 있는 연구기관이나 대학을 찾아보고 사정이 여의치 않으면 1호기처럼 해체해 쓸만한 부품을 매각하는 방안 등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전준상 기자 chunj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