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대(明代)의 중국인들은 유럽인을 '프랑크(佛狼機)'라고 불렀다. 유럽에서 건너와 명대에 크게 유행한 대포 '불랑기포(佛狼機砲)' 때문이었다.

유럽인들이 중국에서 건너온 도자기를 '차이나'라고 불렀던 것과 유사한 경우다. 모포(母砲)와 자포(子砲)로 구성돼 탄환을 발사하는 부분(모포)과 탄환 및 화약을 채워넣는 부분(자포)이 분리돼 있는 불랑기포는 조작이 간단하고 재장전 시간이 짧아 유리했다.

게다가 대포 1문에 3개의 자포가 준비됐고 자포에는 500발의 산탄을 장전해 많은 적을 한꺼번에 공격할 수 있어 '무적대장군포(無敵大將軍砲)'라는 별칭이 붙었다.

임진왜란 때 원군으로 온 명나라 군사들도 상당량의 불랑기포를 갖고 있어 화승총을 앞세운 일본군보다 화력이 앞섰다고 한다.

'불랑기포'를 비롯한 동아시아 총포 무기 발달사를 살펴볼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된다.

서울 대치동 포스코빌딩의 포스코미술관이 29일부터 다음 달 26일까지 여는 '발견-동아시아의 총포' 특별전이다.

이번 전시에는 신영수 실크로드박물관장이 수집,소장하고 있는 중국 · 몽골 · 티베트 전통 무기류 120여 점을 선보인다.

14세기부터 19세기에 걸쳐 제작된 대포류 50여점,총류 30여점,화약통 30여점 등이 전시된다.

무기의 발달,특히 총포의 등장은 전쟁과 역사적 변화의 계기로 작용했다. 10세기 초 중국에서 화약을 응용한 화기가 만들어지자 칼,창 등의 냉병기 독점시대가 끝나고 화기와 병용되는 시대가 열렸다.

또한 화기는 최초의 연소성 화기로부터 폭발성 화기로,이어 투사성(投射性) 화기로 발달했고,투사성 회기는 대나무나 목통에서 출발해 동,철통으로 발전을 거듭했다.

특히 총포의 출현은 군대의 변화만이 아니라 사회 전반적인 변화와 발전을 촉진시켰고 전쟁으로 시작된 근대 동서양의 만남과 교류의 중심에도 총포가 자리잡고 있었다.

이번 특별전에는 도자기로 만든 포탄,조총,수제총,도자기나 쇠를 공 모양으로 만들어 그 안에 폭약을 넣은 '무적지뢰포',화승총을 쏘는 사냥꾼의 필수 휴대품이었던 피혁화약통과 소뿔화약통 등 흥미로운 유물이 상당하다. 관람료는 없다. (02)3457-1665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