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출된 번호로 장난전화.위치추적까지 해

배우 전지현의 휴대전화를 소속사가 복제 의뢰했다고 22일 경찰이 발표한 가운데 연예 관계자들은 팬들의 감시 또한 심각한 수준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그룹 동방신기, 빅뱅, SS501 등 아이돌 스타들은 휴대전화를 2~3개월에 한번씩 바꿔야 할 정도로 팬들에게 전화번호가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다.

대부분의 연예기획사들은 "휴대전화를 이용한 팬들의 사생활 침해는 심각한 수준"이라고 입을 모았다.

타인의 명의로 휴대전화를 개통하거나, 사적인 문자메시지와 사진이 담긴 휴대전화를 잃어버리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쓰지만,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발신번호 제한, 공중전화 등으로 걸려오는 전화 탓에 정상적인 수면을 취하기 어려운 것은 이미 일상이라고 토로한다.

가요계의 증언에 따른 피해 사례 3가지.
"휴대전화를 이용해 위치추적도 해요.

위치추적을 하려면 수신ㆍ발신인 양자가 합의해야 하는데 스타가 실수로 버튼을 잘못 눌러 팬이 보낸 수락 신청에 동의한 거죠. 이 사실을 까맣게 몰라 동선이 노출된 적도 있어요.

또 팬들이 카페를 개설해 1천원씩 모아 휴대전화 한대를 구입해요.

이 전화를 주차된 스타의 밴 여분 타이어에 몰래 붙여둔 뒤 뒤를 밟기도 하죠. 그래서 팬들이 비공개 녹화, 약속 장소에 먼저 와 기다리는거죠."(A그룹 매니저)
"이동통신사 직원, 또 이들을 친인척으로 둔 팬들 때문에 휴대전화 번호가 노출되기도 해요.

인터넷에 전화번호가 노출돼 휴대전화를 바꾼 뒤 첫 전화가 팬에게 걸려온 것일 경우도 있어요.

'오빠~ 번호 바꾸셨네요'라는 문자가 오면 섬뜩하죠."(B그룹 멤버)
"1주일에 한번씩 휴대전화 번호를 바꾼 적도 있어요.

모르는 번호의 전화는 안 받는데 하루에 부재중 전화가 200통 넘게 오니 전화를 쓰지 않아도 배터리가 소진되죠. 전화가 전화의 기능을 상실한 수준이에요.

번호를 바꾸는데 지쳐 이제는 포기했어요.

"(C그룹 멤버)
한 음반제작자는 "팬들이 흥신소에 부탁해 휴대전화를 복제할 것이라고 의심하지는 않지만 가끔 문자메시지가 노출되는 것 같다고 토로하는 이들도 있다"며 "또 방송사 출연료 통장을 만들 때 등 주민등록번호가 외부에 알려지는 경우가 있는데 팬들이 스타의 주민등록번호를 도용해 이동통신사 홈페이지를 불법 이용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가요 관계자들은 휴대전화 뿐 아니라 스타의 사생활을 따라다니는 일명 '사생 팬'이 생겨난 것도 같은 맥락의 문제라고 지적한다.

학교와 직장을 등지고 아이돌 그룹의 숙소를 밤새 지키거나, 이들의 스케줄을 고스란히 따라다니는 것이야말로 사생활 침해의 가장 큰 부분이라는 것.
이같은 팬들의 심리에 대해 한 중견 가수는 "스타의 사생활을 훔쳐보고 싶은 심리는 자연스러운 것"이라면서도 "비틀스의 팬은 죽어서도 팬이고 영국 프로축구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팬은 한 집안 몇대에 걸쳐 이어지기도 한다.

이같은 진정한 팬이 되려면 스타를 보호해줄 책임도 뒤따른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mim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