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계가 치솟던 배우들의 출연료를 잡는 등 제작비 절감을 위해 머리를 맞댄 가운데 방송 예능계 역시 불황 탈출을 위한 자구책을 마련하기 위해 고민 중이다.

방송사들이 드라마 제작 편수를 줄이며 빈자리를 예능 프로그램으로 채우고 있지만 예능 프로그램 역시 구조조정을 피할 수는 없게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프로그램에 따라 십여 명에 달하던 출연자 숫자부터 줄어들 전망이며, 불황이 장기화할 경우 스타급 MC 몇 명을 제외하고는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KBS, MBC, SBS 등 지상파 3사 예능국은 현재 내년도 예산안을 편성하면서 나란히 삭감 방침을 정했다.

최근 외부 MC를 내부 아나운서로 교체하는 작업을 진행한 KBS 예능국은 10일 이사회 이후 내년 예산안의 삭감 비율을 결정할 예정이며, SBS 예능국은 내년 1월부터 프로그램 제작 예산을 최소 10% 이상 삭감하는 방안을 협의 중이다.

MBC 예능국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방만한 출연자 수' 줄어든다
예산이 삭감되면 가장 먼저 출연자 숫자가 줄어들게 된다.

방송가에서는 "대부분의 예능 프로그램들이 떠들썩한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출연자들의 조합을 내세워왔는데 이제는 수익성에 따라 명암이 확연히 갈릴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SBS '일요일이 좋다 - 패밀리가 떴다', KBS '해피선데이 - 1박2일', MBC '무한도전' 등의 인기 프로그램은 광고 수익률이 좋기 때문에 5~8명의 출연자를 계속 유지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프로그램들은 핵심 멤버만을 제외하고는 나머지 출연자들을 하차시킬 가능성이 높다는 것.
이 경우 현재 특급 대우를 받는 유재석과 강호동만 살아남고 2~3위 급의 MC들은 설 자리를 잃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아예 자사 아나운서를 기용하거나 출연료가 싼 신인급으로 빈 자리를 채울 수 있다는 것.
한 PD는 "톱 MC들은 살아남겠지만 그 아래급 MC들은 위치가 애매해 일거리를 많이 잃을 수 있다.

단독으로 MC를 맡기기에는 좀 부족하고 톱 MC 옆에 보조로 넣기에는 제작비가 받쳐주지 않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SBS 박정훈 예능국장은 "프로그램에 따라 제작비 절감의 방법이 다 다르겠지만 출연자 숫자를 조정하는 프로그램들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KBS 강영원 예능1팀장도 "작가료를 조정하고 출연자 숫자를 줄이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MC 출연료에도 칼 들이댄다
나아가 상황이 악화될 경우 MC들의 출연료도 삭감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아직은 배우들과 달리 예능 MC들의 출연료에 대한 공식적인 문제 제기는 없는 상황. 그러나 KBS가 외부 MC를 자사 아나운서로 교체하는 식의 허리띠 졸라매기를 계속하면 외부 MC들의 경쟁력은 공론화될 수밖에 없다.

SBS 박정훈 예능국장은 "아직까지 방송사 차원에서 MC들의 출연료 조정에 대한 공식 논의는 없지만 방송사의 적자경영이 계속되면 할 수 없지 않겠는가"라며 "SBS의 경우는 MC 출연료를 포함해 전반적으로 10% 이상 제작비를 삭감해야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현재 '특급'으로 분류되는 유재석과 강호동은 회당 900만~1천만 원을 받고 있다.

이와 함께 촬영 횟수와 로케이션 촬영 비용도 줄어들게 된다.

또 프로그램에 따라 대여섯명씩 붙는 작가료도 조정할 예정이다.

방송가에서는 "그동안 좀 느슨하게 진행해온 부분들을 타이트하게 조이고, 불필요한 로케이션 촬영을 없애는 것으로 제작비를 절감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prett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