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홀로 사는 법을 배워야 한다

드라마 '엄마가 뿔났다'에서 연기자 김혜자씨가 가출(?)을 감행해 화제가 되고 있다. 40년 주부 생활을 잠시 접고 혼자만의 삶을 즐기는 그녀의 모습에 많은 주부들이 환호한다. 그러나 《화려한 싱글,돌아온 싱글,언젠간 싱글》(우에노 치즈코 지음,나일등 옮김,이덴슬리벨 펴냄)을 보면 그것이 드라마 속의 이야기만은 아닌 것 같다. 일본의 저명 사회학자 우에노 치즈코 교수가 지은 이 책은 주부를 떠나 여자로 홀로 살아가는 방법을 알려준다.

일본의 통계를 보면,65세 이상 여성의 55%가 배우자 없이 살고 있다고 한다. 주부들도 남편과의 사별 혹은 이혼으로 '언젠간 싱글'이 되는 것이다.

배우자 없이 살아가는 남성의 비율이 17%에 불과한 것과 비교하면 매우 높은 수치다. 고령화 추세를 감안하면 결혼한 여성이라도 '가족으로 지내는' 기간이 결코 길지 않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저자는 주부들도 미리 싱글의 삶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한다.

상황이 그렇다면 주부들은 홀로 지내야 할 그 긴 시간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도시를 떠나 물 좋고 공기 맑은 시골에서 편안히 보내겠다는 것은 어쩌면 순진한 꿈일 수도 있다. 밥은 누구와 먹을 것인지,홀로 살 집을 구하는 것,생활비는 어떻게 충당할 것인지에 이르기까지 사소한 문제들이 더 중요할 수 있다. 저자가 50대 싱글로 살아가면서 직접 부딪쳤던 경험이 담겨 있어 다른 노후 관련 책보다 더 현실적이다.

저자는 죽음에 대한 준비도 빼놓지 않았다. 가족의 울타리 안에서는 관습이나 의례를 따르면 되지만,싱글은 그러한 관습에 기댈 수 없으므로 미리 어떻게 할지 생각해 놓지 않으면 안 된다. 유언은 현재의 상황에 맞게 업데이트를 해주는 것이 좋고,죽고 난 뒤 바로 발견될 수 있도록 정기적으로 긴밀한 연락을 취하는 인간관계를 만들어 놓아야 한다. 장례식은 어떻게 치를지,시신과 유골은 어떻게 처리할지 등도 미리 정리해 두면 좋다.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는 국가다. 이웃 나라 일본의 이야기지만 머지않은 우리의 이야기가 될 것은 분명해 보인다. 연세대 조한혜정 교수의 추천사처럼 이 책은 비단 주부들만의 문제가 아닌,딸과 며느리와 사위의 고민이자 오늘을 살고 있는 여성과 남성 모두의 고민이기도 하다. 임채욱 인터파크도서 M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