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이미 추아는 누구?

중국계 미국인 2세로 1987년 하버드대에서 국제법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듀크대,스탠퍼드대,뉴욕대를 거쳐 예일대 법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1990년 초반에 멕시코의 시장민영화를 컨설팅했고 1998년 아시아 경제위기 때 세계은행에서 일했다.

국제 경영과 인종 갈등,국제관계 분야의 세계적인 전문가이며,정계와 재계,학술계를 대상으로 활발한 강연을 펼치고 있다.

2003년에 출간한 《불타는 세계》는 <이코노미스트>의 '올해의 책'에 뽑혔다.

이번에 펴낸 《제국의 미래》는 미국의 일방적인 패권과 오만한 정책을 비판하고 미래의 제국을 예견한 것으로 출간과 동시에 미국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역사 속 제국의 흥망성쇠를 분석하고 미래의 제국이 갖춰야 할 조건을 제시한 책.2003년 《불타는 세계》로 미국 주도의 세계화에 직격탄을 날렸던 저자가 4년 만에 내놓은 역작이다.

세계사의 큰 흐름과 시대별 제국의 원동력을 씨ㆍ날줄로 촘촘하게 엮어낸 솜씨가 놀랍다.

그는 21세기 초강국인 미국을 향해 "패권적인 '제국'의 길을 포기하고 관용적인 강대국으로 복귀하는 것이 살 길"이라고 충고한다.

그의 얘기를 일문일답 형식으로 재구성한다.

제국의 조건은 무엇인가?

"페르시아제국이나 로마제국,중국의 당나라,몽골제국,대영제국에 이어 미국까지 제국의 형성과 패망 과정을 보면 이들을 관통하는 핵심 덕목이 '관용'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모든 초강대국들에 관용은 패권을 장악하는데 없어서는 안 될 필수불가결한 요소였다."


'관용'의 의미는?

"관용은 정치적 혹은 문화적으로 동등한 대우를 해주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제국을 이야기할 때 중요한 것은 절대적인 기준의 관용이 아니라 그 시대의 경쟁자들과 비교해서 더 관용적이냐 아니냐 하는 것이다.

즉 '상대적' 관용이다.

2500년 역사에서 성공한 제국들은 이러한 '상대적' 관용을 갖추었으며,이것을 바탕으로 지리,인구,천연자원,지도력 등 추가적인 요소들이 합쳐져 제국이라는 희귀한 존재를 출현시켰다.

고대 제국인 페르시아 아케메네스의 왕 키루스는 통합 과정에서 참수 전략을 사용했는데,그의 전략은 적의 지도자의 머리를 자르는 것이 아니라 지도력을 자르고 포용하는 정책이었다.

그러나 독일과 일본처럼 관용이 없는 나라는 '번영'을 이룰 순 있지만 제국이 될 수는 없었다."


지금의 미국은?

"미국은 1,2차 세계대전을 계기로 이민자들을 받아들이고 시민권을 확대했으며,첨단 과학기술을 무기로 현대의 '제국'으로 성장했지만 9ㆍ11 사태 이후 제국의 권위가 흔들리고 있다.

9ㆍ11 이후 미국은 국제범죄재판에 참여하는 것을 거부하고 교토의정서를 외면하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동맹국인 프랑스,독일,캐나다의 지지나 유엔의 동의도 없이 이라크를 침공하면서 스스로 반미감정을 부추겼다.

이는 2500년 역사에서 관용을 잃은 제국이 보여준 발자취와 흡사하다.

수십억명을 미국과 묶어줄 정치적 접착제가 사라져버린 것이다."


미국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한마디로 '패권을 놓으라'는 것이다.

초강대국을 포기하고 단순한 강국의 신분으로 복귀하기 위해 관용적인 이민정책과 다자주의를 수용하고,기업들도 외국인들을 제대로 대접하는 합리적인 아웃소싱을 실천해야 한다.

다른 나라의 정권을 변화시키고 미국식 제도를 강제하는 일에 세계 최고의 군사력을 쓰고,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세계의 패권을 지키겠다는 의도를 공공연히 떠벌리고 다니는 것 또한 다른 나라들 사이에서 미국의 입지를 위태롭게 할 뿐이다."


새로운 제국에 도전하는 세력은?

"급부상하는 세 도전자가 있다.

중국,유럽연합,인도다.

중국은 2030년쯤 미국 경제의 3배 규모로 성장할 예정이다.

하지만 중국이 제국이 될 것 같지는 않다.

그들은 뿌리깊은 외국인 혐오와 자민족중심주의에 사로잡혀 있다.

유럽연합은 27개국 5억명에 가까운 인구가 공통의 법률 구조를 공유하는 '선진 세계 최대의 단일 시장'으로 미국과 엇비슷한 13조달러의 국민총생산량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유럽연합도 뼛속 깊이 이슬람인을 두려워하고 이민자들을 배척하는 한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인도가 가장 유력한가?

"인도는 1990년대 초부터 세계 경제에서 떠오르는 별로 인정받고 있으며,최근 4년 동안 7% 경제성장률을 올리고 있다.

인도의 경제 못지않게 주목해야 할 것이 인도의 민주주의다.

그들은 16개의 공식 언어를 갖고 있고,수천 개의 종교를 인정하면서 유례없는 다원주의 국가로 성장하고 있다.

현재 인도를 강대국이라 말할 순 없지만 그들이 급속도로 성장하고 발전하는 것만큼은 부인할 수 없으며,셋 중에서는 가장 유력한 도전자라고 할 수 있다."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