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은비령''19세'의 작가 이순원씨(50)가 가슴 훈훈한 성장 소설 '나무'(뿔)를 펴냈다.

'나무'는 100살이 넘은 할아버지 밤나무와 일곱살배기 손자 밤나무의 정겨운 대화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할아버지 밤나무는 손자 밤나무에게 갖가지 나무들이 살아가는 방식을 포함한 자연의 섭리를 가르친다.

손자 밤나무 또한 여러 가지 시행 착오를 겪으며 뿌리 깊은 나무로 성장해 간다.

작가는 이러한 이야기 속에 자신이 자연에서 발견한 삶의 지혜를 찬찬하게 심어놓는다.

열매를 맺는 데에만 급급하다 보면 뿌리와 줄기가 약해진다는 이야기는 결과 중심주의 사회에 경각심을 일깨운다.

꽃을 늦게 피운 만큼 많은 양의 열매를 내는 대추나무의 이야기에서는 때를 기다리며 자신을 갈고 닦는 현자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나무들이 자라는 이야기를 읽는 것만으로도 재미있다.

도시에서 볼 수 없는 각종 나무들의 '인생사'는 알찬 생물 수업이다.

예를 들어 닥나무는 가지들을 모두 베어버려도 다음 해에 새 밑동이 다시 위로 치고 올라온다.

감나무의 경우는 감씨를 땅에 묻는다고 다 자라는 것이 아니라 감나무 가지로 접을 붙여야 한다.

참나무는 어치라는 새가 자신이 도토리를 모아둔 장소를 기억하지 못한 '건망증' 덕에 튼실한 나무로 자랄 수 있다.

손자 나무가 뿌리 찾기 과정을 통해 자아를 발견하는 모습은 독자들에게 삶의 의미를 되돌아보게 만든다.

손자 나무가 자신이 어디에서 왔고,자신의 사명이 무엇인지를 궁금해하는 모습을 통해 작은 생명체에게도 존재의 의미가 있음을 일깨워준다.

작가는 "소설에 등장하는 나무 모두 고향 집에 있는 것"이라며 "한 그루의 나무가 우리 인생의 큰 스승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