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후 서울 동대문운동장 인근의 충무아트홀 소극장.휴일을 맞아 뮤지컬 '한밤의 세레나데'를 보러온 관객들이 장사진을 이뤘다.

주변 식당가도 '공연 특수'로 북적였다.

서울 중구청의 구립 공연장인 충무아트홀(대표 윤정국)이 새로운 공연 중심지로 각광받고 있다.

2005년 개관 이후 무대에 올린 유명 뮤지컬만 '알타보이즈''브루클린''올슉업''쓰릴미''스핏파이어그릴' 등 18편이나 된다.

공연장 가동률도 95%로 다른 곳(70~80%)보다 높다.

유료관객 비중 또한 70% 이상으로 여타 지자체 공연장(60% 안팎)에 앞선다.

지자체가 운영하는 공연장인데도 국립이나 유명 상업극장 못지 않은 성과를 올리면서 도심 '문화 거점'으로 급부상한 것이다.

◆공연제작 직접 투자…마케팅·홍보·서비스 강화

충무아트홀이 이 정도 콘텐츠로 공연장을 채울 수 있었던 것은 기획사의 공연에 제작비를 직접 투자하고 이들에게 연습실 제공 등의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제공한 덕분이다.

지금까지 공연한 뮤지컬의 90%는 충무아트홀이 제작비의 30% 이상을 투자한 작품들이다.

현재 공연 중인 '한밤의 세레나데'는 충무아트홀이 직접 발굴한 공연으로 제작비의 90% 이상을 부담했다.

충무아트홀의 김희철 공연기획부장은 "2005년 3월에 개관하면서 괜찮은 공연을 유치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공연 제작에 뛰어들었다"고 밝혔다.

뮤지컬 '대장금''시카고' 등 충무아트홀 무대에 올리지 않는 공연에도 연습실을 제공하는 등 기획사들과의 관계를 돈독히 한 것도 성공 요인이다.

뮤지컬 제작사인 뮤지컬해븐의 박용호 대표는 "연습실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충무아트홀이 뮤지컬계의 '사랑방'으로 불릴 정도"라고 말했다.

마케팅 실력도 공연 제작사 못지않다.

뮤지컬 '올슉업' 1회 공연 좌석 전체를 하나은행에 팔았고,발레극 '백조의 호수' 1회 관람권 전량은 삼성전자에 판매했다.

또한 기획사가 요청하지 않아도 진행 중인 공연의 옥외 광고물을 설치해 줄 정도로 홍보에 적극적이다.

◆주변 상권에도 긍정적 효과

공연장을 찾는 관객들이 늘자 주변 상권도 살아났다.

인기 공연들이 대부분 오후 8시에 시작되기 때문에 저녁 식사할 곳을 찾는 관객들이 그만큼 늘어난 것.충무아트홀 근처의 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문을 닫았던 식당들이 하나 둘 다시 개점하고 있으며 기존에 있던 가게도 젊은 여성 관객들을 위한 메뉴를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분당에서 온 관객 김혜정씨(26)는 "요즘 충무아트홀 주변 식당들이 검색 포털 사이트에 맛집으로 뜰 만큼 인기"라고 말했다.

충무아트홀의 이런 성과에 따라 중구의회에서는 현재 800석 규모의 대극장을 1200석 규모로 증설하는 안을 지난달 의결했다.

중구청 문화체육과의 김양호 계장은 "생긴 지 3년도 채 되지 않은 공연장의 리모델링을 결정한 것은 그만큼 의회에서도 충무아트홀의 성과를 좋게 평가하고 있다는 뜻"이라며 "충무아트홀의 활성화는 도심재개발의 좋은 사례가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