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여성들의 신발은 아주 높은 하이힐이나 반대로 평평한 '플랫슈즈'가 유행이다.

하이힐은 발목과 발등을 다 드러내기 때문에 다리가 길고 늘씬해 보여 많은 여성들이 즐겨 신는다.

게다가 하이힐을 신으면 스스로 자세를 곧게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만큼 몸매 보정효과가 있을 뿐 아니라 소위 'S라인'을 두드러지게 한다며 하이힐 애찬론을 펼치는 여성도 있다.

그러나 하이힐이 만든 S라인은 전신의 근육과 관절이 엄청난 대가를 지불한 결과다.


◇하이힐 S라인, 요통과 척추질환 부른다 = 하이힐을 자주 신는 여성들은 몸매를 의식하게 되고 체중감량에 더 관심을 갖게 되는 만큼 실제로 살이 빠진다.

하지만 전혀 노력을 하지 않더라도 '하이힐 다이어트(?)' 효과가 있다.

하이힐을 신으면 분명히 다리가 더 길어 보이고 몸매가 더 강조된다.

하이힐을 신고 서 있을 때 여성은 몸이 앞으로 기울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허리를 뒤로 젖히고 가슴을 펴게 돼 S라인이 살아난다.

이런 자세는 몸매를 드러나게는 하지만 근육들을 극도로 긴장시키고 허리에 무리를 준다.

이는 요통이나 척추질환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굽이 높아질수록 인체의 무게 중심은 땅에서부터 멀어져 위로 올라가므로 자세가 불안정해진다.

우리 몸은 넘어지지 않고 중심을 잡기 위해 온 몸의 근육을 긴장시킨다.

발목을 삐지 않으려고 더욱 힘을 주고 걸어야 하니 어깨와 목 뒤 통증이 생긴다.

근육만 긴장시키는 게 아니라 허리를 뒤로 젖히며 걸어야 하므로 허리부위 등뼈가 임산부처럼 앞으로 튀어나오는 '요추전만증'이 생길 수 있다.


◇발목.다리 더 굵어질수도 = 하이힐을 신으면 종아리가 날씬해진다는 것은 잘못된 속설이다.

근육들이 긴장해서 날씬해 보일 수 있지만 일시적인 효과다.

장시간 높은 굽을 신으면 근육의 피로로 인해 부종이 생기고 종아리 근육에 심한 스트레스가 지속돼 결과적으로 다리가 더 굵어질 수 있다.

게다가 하이힐은 발목 주변의 건이나 근육 같은 결합조직을 긴장시켜 발목이 두꺼워지는 원인이 될 수도 있다.

하이힐을 장기간 신으면 발 관절이 항상 꺾인 상태로 있기 때문에 발목 뒤 아킬레스건은 짧아지고 두꺼워지는 반면 앞쪽에 있는 '전경골건'은 길어지는 등 발목 주변의 결합조직에 무리를 주므로 전반적으로 발목이 굵어지는 결과가 나타난다는 것. 아킬레스건이 짧아지면 발의 추진력을 감소시켜 발 대신 넓적다리를 이용하여 보행을 하게 만들고 이는 넓적다리의 피로를 재촉한다.


◇발가락, 무릎, 뇌에도 영향 = 뒷굽이 높은 구두는 체중을 앞으로 쏠리게 하므로 점점 발바닥의 아치 모양이 무너지게 된다.

걸을 때 생기는 체중의 무게가 발바닥 전체가 아닌 발가락 부분으로 쏠려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앞이 좁은 하이힐을 신으면 엄지발가락이 안으로 구부러지는 '무지외반증'이 나타난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는 편이다.

볼이 좁은 신발은 발을 심하게 조여 혈액순환을 방해하며 때로는 발톱이 발가락 사이를 파고들어 염증이 생기기도 한다.

특히 여름철에는 이런 염증들이 쉽게 곪아 발톱을 제거해야 하는 경우도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무릎관절에도 부담을 준다.

젊은 여성들에게 무릎 연골 연화증이 생기는 이유는 대부분 하이힐을 계속해서 무리하게 신었기 때문이다.

연골 연화증이 생기면 앉았다 일어설 때 무릎에 통증이 느껴지거나, 오래 서 있으면 무릎이 시린 증상을 겪게 된다.

뒤가 트인 슬리퍼 형태의 하이힐은 보행할 때 충격이 뇌에까지 전달된다.


◇하이힐 꼭 신겠다면 = 다리와 허리 건강만 생각한다면 당연히 2-2.5cm 정도로 낮고 넙적하며 가벼우면서도 부드러운 재질을 사용한 굽이 좋다.

신발 안에서 발가락 전체가 눌리지 않으면서 충분히 잘 움직이며 뒤꿈치를 신발 뒤끝에 붙였을 때 엄지발가락과 구두 앞 사이에 1-1.5cm 정도의 공간이 있고, 엄지발가락을 앞으로 붙였을 때 뒤꿈치와 신발 사이에도 약 1cm 정도 공간이 있는 것이 좋다.

굽이 높은 신발을 신더라고 가능한 덜 무리가 가는 종류를 택한다.

통굽구두는 구두바닥이 한통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발 관절의 움직임이 감소되고, 오히려 엄지발가락 중간에 과도한 압력이 쏠려 강직증을 일으킬 수도 있다.

여름에 많이 신는 뒤트임 신발인 '뮬' 종류도 다리와 척추 건강엔 좋지 않다.

신발은 앞뒤로 발을 고정시켜 걸을 때 안정감을 주지만, 뮬은 뒤가 없으므로 발이 미끄러지는 걸 피하려다보면 허리에 무리한 힘이 들어가게 된다.

불안정한 걸음걸이를 유발해 보행시의 충격이 척추와 뇌에까지 미치게 된다.

샌들은 맨발로 신는 것이 정석이다.

특히 뒤가 트인 뮬에다 스타킹을 신으면 발이 쉽게 미끄러져 골절의 위험을 증가시키므로 주의해야 한다.

하이힐을 꼭 신겠다면 한 번에 6시간, 일주일에 3-4회 정도를 넘지 않도록 한다.

매일 하이힐을 신기보다는 굽이 낮은 신발과 교대로 신는 것도 좋다.

(도움말: 세란병원 정형외과 궁윤배 과장)


(서울연합뉴스) 하채림 기자 tr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