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아 공대 희생자 추모한 하모니카 연주

"내 음악 영감의 원천은 계절…아쟁에 큰 관심"

세상의 그 어떤 소리보다 구슬프고 아름다웠다.

뒤에는 버지니아 공대 셔츠를 걸고, 앞에는 핑크빛 장미를 둔 채 하모니카를 연주하는 피아니스트 조지 윈스턴(58).

눈은 감았지만 눈썹은 하모니카 선율을 따라 위 아래로 슬프게 춤을 췄다.

"당시 희생자를 위해 스코틀랜드 애도곡(Scottish Lament)을 하모니카로 연주해 유튜브에 영상을 띄웠어요.

이 사건은 미국 사회에 적응하는데 힘든 시기를 겪으며 정신적인 문제를 가졌던 한 젊은 한국인 학생으로부터 비롯되었죠. 참으로 가슴 아프고 슬픈 일이었습니다."

6월 전국 9개 도시 투어를 앞둔 미국 서부 몬태나 출생 피아니스트 조지 윈스턴이 연합뉴스와 이메일로 만났다.

7번째 내한인 그는 "한국은 마음의 고향" "한국 전통 악기 아쟁 소리에 빠졌다" 등 인터뷰 내내 각별한 애정을 보여줬다.

버지니아 공대 총격 사건을 보는 견해를 묻자 그는 유튜브에 올려놓은 하모니카 추모 연주 영상을 함께 보내줬다.

다음은 조지 윈스턴과의 일문일답.

--그간 한국을 방문하며 느낀 인상은.

▲어느 나라에서든 연주를 하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하지만 한국은 내가 마음의 고향이라고 표현할 만큼 각별히 소중하게 생각한다.

연주할 좋은 기회를 주고, 높은 감상 수준을 보여주기에 한국 팬들을 위해 연주하는 것은 큰 기쁨이다.

특히 한국의 아름다운 자연 풍광은 많은 영감을 준다.

--이미 여러 차례의 내한 공연을 펼쳤는데 이번에 한국 팬들에게 새로움을 줄 무대를 준비 중인가.

▲이번 공연은 '여름'을 주제로 한 공연이다.

내 음반에 있는 봄과 여름을 위한 곡들을 위주로 연주할 예정이고, 앨범에 수록되지 않은 곡도 들려줄 것이다.

포크 피아노곡과 1930년대 재즈 스타일의 피아노 곡도 들으실 수 있다.

또 빈스 과랄디의 음악을 연주한 앨범인 '리누스 앤드 루시(Linus and Lucy)'에 수록된 애니메이션 '피넛츠'(우리에게는 '찰리 브라운과 스누피'로 더 알려졌다) 곡과 지난 해 발표한 앨범 '걸프 코스트 블루스 & 임프레션스:어 허리케인 릴리프 베너핏(Gulf Coast Blues & Impressions: A Hurricane Relief Benefit)에 수록된 뉴올리언스 리듬 앤 블루스 스타일의 피아노 곡도 연주할 예정이다.

--아시아 투어의 일환인 이번 내한에선 원주, 포천, 거제 등 문화적으로 소외된 지역을 찾는 것도 인상적이다.

▲가능한 많은 도시를 방문해 한국의 다양한 모습을 보고 싶다.

내가 즐기는 일이며 기분 좋은 일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음악적 영감을 얻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가장 소중한 것은 관객과의 교감에서 얻는 충만함이다.

--지난 해 발표한 앨범에는 뉴올리언스 출신 아티스트에 대한 헌정이 담겼다.

어떤 영향을 받은 것인가.

▲뉴올리언스 리듬 앤 블루스 피아니스트들은 나의 피아노 스타일에 큰 영향과 영감을 줬다.

이들의 연주와 음악에서 영향을 받아 왼손으로 베이스와 코드를 연주하고, 오른손으로 멜로디 라인과 즉흥 연주를 진행하는 원 맨 밴드(One Person Band) 스타일을 확립할 수 있었다.

특히 작고한 헨리 버틀러는 내가 22년 동안 꾸준히 연구해 온 음악적 스승이라 할 수 있다.

또 작고한 제임스 부커를 비롯해 프로페서 롱헤어, 닥터 존, 존 클리어리 등 셀 수 없이 많은 뉴올리언스 아티스트들로부터 영향을 받았다.

--한국에선 당신을 자연을 사랑하는 휴머니스트이자, 따뜻한 영혼의 피아니스트라 칭한다.

특히 1998년 내한 당시 IMF 구제금융으로 실직을 맞이한 수 많은 한국 국민을 위해 공연 개런티 전액을 실직자를 위한 기금으로 기탁했다.

음악인이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많은 이들이 그렇듯 나 또한 내가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최선을 다해 도울 뿐이다.

특별히 거창하게 보이는 것은 내가 원하는 바가 아니다.

IMF 때 수익금을 기부했던 것은, 한국이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을 때 마침 한국에 있어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으로 도왔을 뿐이다.

내게 한국은 아주 특별한 나라이기도 하고 보편적인 인류애 때문이기도 하다.

--계절 시리즈 앨범을 연달아 발표하며 한국에서도 많은 음악 팬을 확보했다.

한국에도 '한류 열풍'의 기폭제가 된 윤석호 PD의 계절 연작 시리즈 드라마('겨울연가' '가을동화' 등)가 있다.

계절을 음악적으로 표현하고자 한 이유가 뭔가.

▲어린 시절 사계절의 변화가 뚜렷하고 아름다운 몬태나에서 자란 경험은 분명히 내 계절 연작의 동기가 되었다.

나는 계절 변화를 통해 인생을 경험하기 때문에 그러한 연주를 담은 앨범을 녹음하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또 청중이자 연주자로서 내가 즐기는 모든 음악에 그런 테마는 계속된다.

내 음악적 영감의 주된 원천은 계절이고, 계절마다 모습을 달리하는 지구와 그 안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삶의 모습이다.

그래서 내 음악 스타일도 그러한 것들을 담고 있다.

--몬태나의 자연을 연주한 '플레인스(Plains)'란 앨범에 한국 팬들을 위한 보너스 트랙으로 '아리랑'을 수록했다.

처음 '아리랑'을 어떻게 접했으며 어떤 느낌을 받았나.

▲처음 '아리랑'을 들은 것은 1980년대에 들었던 한 자장가 앨범에서였다.

이후 1998년 두번째 내한 공연을 위해 한국에 왔을 때 '아리랑'을 배웠다.

요즘 한국의 전통 음악에 관심이 많다.

특히 아쟁이라는 악기 소리가 매력적이다.

지난 해 내한 공연 때 한국을 다녀가면서 아쟁을 연주한 음반을 특별히 부탁해 여러장 구입해왔다.

--평소 건강 관리를 하는 비결은.

▲웨이트 트레이닝을 꾸준히 하고 있다.

운동을 하고 좋은 음식을 먹는 것도 좋지만 역시 제일 중요한 것은 정신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것이다.

늘 정신적 균형을 잃지 않으려 노력한다.

음악을 하기 위해서는 특히 중요한 부분이다.

대만과 일본을 거쳐 한국을 찾는 조지 윈스턴은 6월19일 원주 치악예술관을 시작으로 20일 포천 반월아트홀, 22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23일 전주 소리문화의전당, 24일 광주 문화예술회관, 26일 대구 학생문화회관, 27일 대전 문화예술의전당, 28일 울산 현대예술관, 29일 거제 문화예술회관을 돌며 공연한다.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mim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