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감독들이 해외로 '수출'되고 있다.

한국영화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감독들이 외국 영화사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는 것이다.

제작비를 포함한 모든 비용을 외국 영화사가 대고 감독은 연출만 하는 조건이다.

이는 세계 영화계에서 한국영화의 위상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엽기적인 그녀'의 곽재용 감독,'오래된 정원'의 임상수 감독,'태극기 휘날리며'의 강제규 감독들이 그 주인공이다.

곽 감독은 일본 영화 '사이보그 그녀'의 연출자로 낙점돼 이달 중 일본으로 떠난다.

'사이보그 그녀'는 일본 아뮤즈사가 100억원을 투자한 로맨스판타지 대작.미래에서 온 사이보그 여자친구가 남자 주인공의 운명을 바꾼다는 내용이다.

일본 배우와 스태프들이 참여하고 일본어를 사용한다.

이달 말 촬영에 들어가 내년 중 개봉할 예정.곽 감독의 '엽기적인 그녀'와 '내 여자 친구를 소개합니다'가 일본에서 흥행에 성공해 감독을 맡게 됐다는 후문이다.

임상수 감독은 프랑스행을 사실상 확정했다.

에로 코미디 '파리의 어떤 한 여자'(가제)를 연출하기 위해 3곳의 프랑스 영화제작사들과 막바지 교섭을 벌이고 있다.

임 감독은 "가장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제작사를 선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프랑스 제작사들로부터 여러 차례 연출 제의를 받았으며 자신이 구상 중인 작품을 제시했다.

영화사가 결정되는 대로 파리로 건너가 프리 프로덕션을 마친 후 올 가을 촬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촬영감독과 편집기사,주연배우 등은 한국인이지만 나머지는 전부 현지인이 참여한다.

언어도 프랑스어를 사용한다.

'태극기 휘날리며' 이후 2년째 미국에 머무르고 있는 강제규 감독도 올해 중 할리우드에 본격 진출할 것으로 보인다.

강 감독이 시나리오를 쓴 SF영화에 대해 할리우드 관계자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다고 주변에서는 전한다.

한국 감독들이 이처럼 해외로 나가고 있는 것은 일본과 미국 유럽 영화계가 새로운 연출력을 갖춘 아시아의 감독들을 주목하고 있기 때문.할리우드가 '동방불패'의 우위썬 감독과 '결혼피로연'의 리안 감독을 끌어들여 대박을 터뜨린 것을 보고 외국 영화사들이 실력을 갖춘 한국 감독들을 끌어들이고 있는 것이다.

한국 감독들도 제작비 및 배우 개런티 상승 등 제작 여건의 악화로 해외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국 감독들은 해외에서 연출료만 받기 때문에 엄청난 돈을 벌지 못하지만 자신의 브랜드 가치를 높여 차기작 수출에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다.

한국보다 발달한 영화제작 시스템을 배울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