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꽃피는 봄이 오면' 이정도 역

"손을 뻗으면 닿을 것 같은 느낌, TV에서 사람 냄새가 났으면 좋겠어요."

박건형이 인간미 넘치는 캐릭터로 돌아와 브라운관에 훈훈한 기운을 불어넣는다.

다음달 15일 첫 방송되는 KBS 2TV 월화드라마 '꽃피는 봄이 오면'(극본 권민수, 연출 진형욱)이 그 무대. 박시연ㆍ이하나ㆍ이한 등과 호흡을 맞추는 이 작품에서 그는 만년고시생 출신 좌충우돌 정의파 검사 이정도 역을 맡았다.

사기꾼 집안에서 난 검사인 정도는 법보다 사람을 중요시하는 마음으로 동네 사건사고들을 도맡아 해결하는 정 많은 남자.
"정도라는 인물은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는 친근한 역할이어서 끌렸어요.

시청자들이 동네 오빠, 누구네 집 아들처럼 편안하고 믿음직스럽게 느끼도록 하고 싶어요."

박건형의 드라마 출연은 2004년 방송된 SBS 드라마 '파란만장 미스김 10억 만들기' 이후 2년반 만이다.

그는 그동안 '댄서의 순정' '생날선생' '뚝방전설' 등 스크린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쳐왔다.

오랜만의 드라마인 데다 주연은 처음이어서 그 자신이나 팬들이 이 작품에 거는 기대가 크다.

그는 "한동안 영화를 하다가 출연하는 드라마이기 때문에 좀 더 시청자와 좀 더 가까워질 수 있을 것 같아 설레기도 하고 부담도 된다"고 소감을 전했다.

스크린에서 갈고닦은 실력으로 드라마 주연을 맡은 그에게 자신의 현 위치에 대한 평가를 주문했다.

'웃지 마시라'는 전제를 단 진지한 답변이 이어졌다.

"저 신인이에요.

연기라는 것이 정답이 없기 때문에 평가도 천차만별이죠. 스스로 얼마나 중심을 가지고 하느냐가 중요한 것 같아요.

아직 모르는 게 많고 알면 알수록 더 어려워지는 것 같고, 그래서 신인이라고 생각해요.

신인이라고 생각해도 금방 잊게 되는 것 같아서 더 그렇게 생각하려고 노력하고요."

이어지는 답변은 드라마 속 이정도 캐릭터처럼 따뜻한 온기를 전한다.

"앞으로 계속 연기활동을 하면서 더 큰 사랑으로 보답하면서 살고 싶어요.

작품이 됐든 개인적인 봉사활동이 됐든 힘이 생긴다면 나누면서 살고 싶습니다."

또 한해를 보내면서, 그리고 '꽃피는 봄이 오면'을 촬영하면서 그는 요즘 생각하는 바가 많은 듯했다.

"연말마다 작품을 해서 한 해가 가는 것을 못 느끼는데 또 한 해가 가네요.

인디언들은 말을 타고 막 달리다가 한번씩 멈추고 뒤를 돌아본대요.

몸은 왔는데 아직 따라오지 못한 영혼을 기다리는 시간이죠. 저도 그렇게 온 게 아닌가 싶어요.

한 살 더 먹으면서 조금 더 진지하게 다시 한번 뒤돌아보면서 깊어질 수 있는 사람이 돼야 될 것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뮤지컬 배우 출신인 그는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소극장에서 창작 뮤지컬 공연을 하면서 자기 자신을 찾는 기회도 만들고 싶다는 바람도 전했다.

한편 '꽃피는 봄이 오면'은 현재 드라마의 최강자로 군림하고 있는 MBC '주몽'과 맞붙어 대진운 면에서는 썩 유쾌한 상황이 아니다.

그러나 박건형은 "몇 명만 본다고 해도 아쉬운 연기를 보여줄 순 없지 않느냐"면서 "'주몽' 제작진과 연기자들도 고생하고 있고, 인기가 있는 작품은 박수쳐줘야 한다"고 담담히 말했다.

'주몽'과 관계없이 '꽃피는 봄이 오면'만의 색깔로 사랑받겠다는 다짐이다.

"사람들에게 힘이 될 수 있다면 행복하겠어요.

보면 괜히 힘 나고 생활의 활력이 되는 작품들이 있잖아요.

단번에 많은 사람들이 봐주시기를 바라는 건 아니지만 화장지에 물이 스며들듯 조금씩 사람들에게 스며들었으면 좋겠어요."

(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doub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