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발생한 서울 영등포구 양평2동 주택가 침수사태 당시 재해당국의 안내나 경고가 현지 주민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바람에 피해가 커졌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고조되고 있다.

서울시 재난안전대책본부의 상황일지에는 오전 9시 40분에 주민대피령을 예비하달한 데 이어 오전 11시 40분에는 500세대에게 대피령을 발동하고 1시간 뒤에는 추가로 700세대에 대해 대피를 지시한 것으로 돼 있다.

그러나 이 지역에서 카 오디오(자동차용 오디오) 판매점을 운영하는 송모씨의 말은 다르다.

그는 "오전 10시께 보도를 접하고 1시간 걸려 허겁지겁 달려와서 1층에 있는 물건을 윗층으로 옮겼는데, 오후 1시께 주택가 침수가 시작될 때까지 구청의 대피 안내방송은 전혀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대피 안내방송을 들었다는 주민들조차도 정오께가 돼서야 구청 차량에서 나오는 안내방송을 들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오전에 이뤄졌다는 `주민대피령 예비하달'이 어떤 방식이었는지 모르지만 상당히 많은 주민이 이를 접하지 못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뒤늦게 인근 학교로 대피했다는 한 주민은 "인명피해가 없었기에 천만 다행이지 전체적으로 볼 때 수방(水防)시스템에 작지 않은 `구멍'이 뚫렸음을 보여주기에 충분한 상황이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집중호우로 한강물이 불어나는 속도와 대조적으로 이날 재해당국의 상황파악과 대처는 느리게만 느껴졌다.

양평교 인근에 있는 지하철 9호선 공사 현장에서 제방 균열로 안양천 물이 새는 것이 발견된 것은 이날 오전 5시 30분.
현장 관계자들은 응급조치를 시도했다가 제대로 되지 않자 2시간 뒤부터 인근 현장 장비와 인력을 총동원해 복구에 나섰으나 오후 8시 12분이 돼서야 1차 물막이를 완료했다.

둑이 처음 터진 후 14시간 넘게 걸린 셈이다.

그 결과 양평2동 저지대에는 흙탕물이 허리까지 들어차 물바다가 됐고 안양천 부근의 가로등과 나무는 꼭대기 부분만 남기고 대부분 물에 잠겨 버렸다.

물론 도시가스와 전력 공급도 중단됐다.

인접한 서울 신정동과 목동의 일부 아파트 단지에서는 주민들이 생수, 부탄가스, 라면, 과자 등 비상 생활필수품을 한꺼번에 사들이는 바람에 이 일대 편의점과 상가의 물건이 동나기도 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서울시 재해대책본부는 몇 가구가 실제로 침수됐는지 규모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으며, 제방 복구 현장에 나와 구슬땀을 흘린 소방서 관계자들 역시 정확한 피해 상황을 모르기는 마찬가지였다.

이날 영등포구청, 서울소방방재본부, 서울재난안전대책본부 등은 피해 상황을 묻는 질문에 `정확한 것은 잘 모르겠다', `침수 우려가 있어 대피시켰을 뿐 아직 침수됐다는 보고는 못 받았다'고 대답하는 등 현장 상황이 제대로 파악되지 않아 우왕좌왕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샀다.

관련분야 공무원들이 전원 비상근무를 하고 있다는 것이 서울시측의 설명이었지만 2시간동안 통화를 시도했으나 연결이 되지 않는 관련 부서도 있었다.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홍정규 기자 solatid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