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해한 현대미술에서 살짝 비켜나 우리 일상의 평범한 이야기를 화폭에 담은 전시회가 잇따르고 있다.

상상력을 동원해 가족의 행복을 천진난만한 화법으로 그리는가 하면 꽃 나비 새 등 동?식물을 소재로 자연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또 개인의 인생을 한 편의 동화책을 보듯 꾸미는 전시회도 있다.

서울 인사동 선화랑에서 23일까지 개인전을 여는 중견작가 장지원씨(52)는 싱그러운 자연과 생활 주변의 소재를 화폭에 이야기하듯 담아냈다. 새 꽃 나무 나비 시계 집 교회 새장 등을 밝고 화사한 붓질로 그려낸 작품 35점을 출품했다. 200여평 전시공간에 설치된 모든 작품 제목을 '숨겨진 차원'으로 동일하게 붙인 것은 따뜻한 일상에 숨겨진 상상력을 보여주고 싶어서라고 작가는 밝혔다. 장씨의 작품은 물감을 중첩시킨 후 판지로 콜라주기법을 사용했기 때문에 부조 같은 느낌을 준다.

서울 송현동 이화익갤러리에서 개인전(20일~5월3일)을 갖는 김덕기씨(37)는 가족의 '행복 바이러스'를 무지개색으로 꾸민 작품 20여점을 들고 나온다. 가족의 행복과 희망을 일곱색깔로 차분하게 전하기 때문에 전시 주제도 '레인보우'로 붙였다. 김씨의 작품 '꽃은 피어 만발하고,새들은 즐거이 노래하네''웃음소리-아름다운 순간들''가족-국화꽃이 피었습니다' 등은 가족의 행복을 쉽고 담백하게 풀어낸다. 소박한 색채와 단순한 기법이 장욱진의 감성과 이중섭의 가족애가 공존하고 있는 것 같다는 평가다.

자신의 일생을 그림으로 말하는 작가도 있다. 독일과 일본 등에서 작품활동을 해온 이진화씨(45)는 어린시절 기억부터 중년까지의 흔적을 차분한 붓질로 화폭에 담아냈다.

김씨의 작품 '끝없는 인생'은 물 흐르듯 흘러가는 삶을 맑은 시어와 담백한 단상으로 그렸고 '인생의 길''벼랑길에선 인생''하늘을 향해 가는 길' 등은 삶에 대한 소박하고 진솔한 메시지를 들려준다. 이씨의 작품은 서울 인사동 명갤러리에서 13~23일 열리는 '인생의 길'전에서 만날 수 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