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예작가 박금산(33)이 첫 소설집 '생일선물'(랜덤하우스중앙)을 펴냈다. 박금산의 소설은 일상적 삶에 부식돼 조금씩 허물어져 가는 우리의 삶을 때론 건조하게,때로는 날카롭고 신랄하게 파헤친다. 표제작을 비롯해 모두 9편의 소설이 실렸다. '생일선물'은 죄의식의 기억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팽팽한 대립각을 통해 인간본성을 성찰하는 작품이다. '나'는 동생 윤이가 기차사고로 불구가 된 것이 자기탓이라는 죄책감에 사로잡혀 있다. 당뇨병으로 시력을 잃은 어머니는 불구를 비관해 자살한 동생 윤이의 죽음을 아직 받아들이지 못한다. 이런 어머니에게 '나'는 동생의 얼굴 조각을 안겨주려고 '물에 퉁퉁 불었던 윤이의 얼굴을 사실 그대로 재현'하는 일에 매달린다. 그러나 '나'의 욕망은 순수하지 못하다. '윤이의 죽음을 결여하는 것으로 포장하고 그 마지막 얼굴을 표현해 화단에 데뷔하고 싶은' 현실적 욕망이 숨어 있다. 등단작이기도 한 '공범'은 한 인간이 죄의식의 어두운 그림자를 털고 일상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그렸다.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주인공 '나'를 맞이하는 것은 어머니의 주검이다. '나'는 치매성 착란을 겪고 있는 어머니를 살해하고 시체를 방치한 채 도피성 여행을 떠났다 돌아온 것이다. 존속살인의 이유는 어머니의 어두운 과거. 보험설계사였던 어머니는 보험상품에 자신의 몸을 얹어 팔거나 가난한 이웃의 등을 치며 돈을 벌어왔다. '나'는 마음속 깊이 어머니의 행위를 수치스럽게 여기고 그에 기생해서 살아왔다는 공범의식에 끊임없이 시달려 왔던 것이다. 소설집에는 이 밖에 맹인안마사를 중심으로 세태를 익살스럽게 표현한 '춤의 결과',일본작가 하루키의 작품을 차용해 젊은이의 사랑과 방황을 그린 '티슈',작명학에 의존하는 주인공의 인생유전을 흥미롭게 풀어낸 '쌍' 등이 수록됐다. 문학평론가 김인환은 "박금산의 소설에 등장하는 인생들은 현대도시의 허상에서 비켜서 있는 바로 그만큼 작고 단단한 진실들의 진정성을 투철하게 보여준다"고 평했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