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요한 바오로 2세의 뒤를 이어 교황직에 오른 지 28일로 100일이 됐다. 교황은 최근 100일 동안 힘들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어떤 의미에서는 그렇다"면서 "나는 이 직분을 맡을 것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고 답했다. 그는 그러나 "사람들이 내게 아주 잘해줬고 나를 지원해 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베네딕토 16세는 그 동안 깐깐하고 권위주의적이라는 평가를 불식시키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교황은 가톨릭신자들에 인사하기 위해 군중 속으로 들어갔으며 바티칸의 교황선출 비밀회의인 콘클라베에서 자신이 선출될 것을 알았을 때 '기요틴'이 떨어지는 것 같았다는 농담을 하기도 했다. 또 신자들에게 사인을 해주기도 하고 알프스에서 휴가를 보내는 동안 몽블랑 꼭대기에서 관광객들과 함께 사진을 찍기도 했다. 미국 뉴저지주 사우스 오렌지의 세튼 홀대학 조직신학교수 앤서니 피게이레도신부는 "교황이 이제 다른 모자를 쓰기 시작했다"면서 "교황은 자신의 입장이 일치의 중심에 있다는 점을 잘 인식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교황은 그리스도교의 일치, 특히 정교회에 손을 내미는데도 힘을 쏟았다. 베네딕토 16세는 교황 취임 후 첫 강론과 여행에서 1천년에 걸친 정교회와의 불화를 치유하는 일이 재임 중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이 될 것이라고 다짐한 바 있다. 이런 노력은 상당한 성과를 거둔 것 같다. 정교회 지도자들은 지난 6월 4년간 중단됐던 양측간 신학적 대화를 재개할 수 있다고 밝혔으며 터키 이스탄불에 있는 정교회 본부로 교황을 초청하기도 했다. 교황은 또 지난 달 사상 처음으로 중국 정부가 지원하는 가톨릭 애국교회와 합의를 통해 상하이 부주교를 임명해 중국과의 관계개선에도 진전을 이뤄낸 듯 하다. 이밖에 교황은 낙태와 안락사 반대, 금욕이 에이즈 예방을 위한 유일한 '안전장치'라는 등 주요한 이슈들에 대한 교회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교황은 최근 각국의 테러를 언급하면서 이스라엘을 언급하지 않아 이스라엘 측으로부터 '고의로' 이스라엘을 빠뜨렸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또 당장 다음 달 독일 쾰른에서 열리는 세계 청년의 날 행사에 참석해 이슬람 지도자들을 만나고 유대교 회당을 방문할 예정이며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만큼 청년들과 잘 통할 수 있을지를 평가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교황의 대변인은 교황은 정치인들처럼 4~5년 임기로 선출되는 게 아님을 강조하면서 100일간 어떤 일을 했느냐로 평가하지 말아줄 것을 당부했다. 한편 교황은 27일 점점 세속적으로 변해가는 사회가 하느님을 덜 필요로 하게 되면서 서방의 주류 교회들이 죽어가고 있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알프스에서 휴가 중인 교황은 성직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개발도상국은 '신앙의 청춘'을 누리고 있지만 서방세계는 "소위 전통적인 교회가 죽어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베네딕토 16세는 점차 세속적인 사고방식과 보다 단순화된 종파들의 유혹 때문에 유럽과 호주, 미국의 교회들이 도전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문제에 대해 쉬운 해결책은 없지만 "인내심을 갖고 이 터널을 지나면 결국 그리스도가 해답이며 결국에 그리스도께서는 빛을 다시 비추시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바티칸시티.로마 AP.로이터=연합뉴스) zitro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