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저녁 서울 마포구 대흥동의 한 연습실, 크라잉넛의 '밤이 깊었네'가 귀를 때렸다. 그런데 연주와 노래에서 어딘가 남다른 파장이 느껴졌다. 연습실로 들어가 보니 역시나 윤도현과 강산에, 김C, 노홍철, 이 남다른 파장의 주인공 4명이 무대 위에서 신나게 연주를 하고 있었다. '밤이 깊었네'를 끝내고 황규영의 '나는 문제없어'를 시작했다. 연습이 부족하다며 머뭇거리는 것도 잠시, 윤도현이 "틀리면서 해, 그냥"이라고 외치자 노홍철이 "좋아! 좋아!"로 받았다. 매우 색다른 버전의 곡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자신만의 어법을 지닌 노홍철은 눈부신 주황색 의상을 입고 연신 "아! 좋아! 가는 거야!"를 외치며 노래를 불렀다. 윤도현은 초록색 티셔츠를 입고 열정적인 드럼 연주를, 보라색 상의를 걸친 강산에는 속 깊은 기타 연주를 들려줬다. 흰색 셔츠에 선글라스를 쓴 김C 역시 베이스가 잘 어울렸다. 네가지 색 무지개가 모두 모여 이렇게 '오묘하고 찬란한 색깔'의 프로젝트 밴드를 만든 이유는 다름 아닌 콘서트 때문. 이들은 30일 전주를 시작으로 청주, 서울, 창원 등 6개 도시를 도는 콘서트 '네 남자와 떠나는 뽕빨나는 바캉스'를 떠난다. 지난해 처음 시작한 이 콘서트는 수많은 관중을 모으며 최고의 옴니버스 공연 중 하나로 꼽혔다. 지난해에는 노홍철의 자리에 김제동이 있었다. "산에형과 김C, 저 모두 무겁게 살아온 사람들이었는데 지난해 제동이와 함께 하면서 진지하지만은 않은, 매우 즐거운 공연을 했어요. 올해는 누가 우리를 즐겁게 해줄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노홍철씨를 떠올렸지요."(윤도현) "제가 김제동 형님의 자리를 채울 수 있을까 걱정이 돼서 처음엔 정중하게 제안을 거절했어요. 그러나! 제가 또 왜 못하겠느냐는 거만함이 제 마음속 깊은 곳에서 스멀스멀 올라오더군요! 저는 이미 피를 본 상태에요. 물불을 안 가린다는 말이죠. 최선을 다할 거에요. 공연이 너무 신나요. 목이 자제가 안돼요."(노홍철) "김제동에게 '포크(folk)'적인 감성이 있었다면 노홍철에게는 '펑크(punk)'적인 감성이 있어요. 처음 보자마자는 그 말투에 쉽게 적응을 못하지만 한 시간 정도 지나면 또 금세 익숙해서 괜찮아져요."(김C) "저희 모두가 신인이고 데뷔 무대에요. 저는 기타를 처음 잡아보고 도현이는 드럼을 처음 연주하거든요. 또 김C도, 노홍철도 각각 베이스와 보컬은 처음이에요. 공식적으로 처음이니까 꼭 재미있게 봐주이소!"(강산에) 이번 콘서트에서는 윤도현와 강산에, 김C 각각의 무대와 프로젝트 밴드 무대가 함께 펼쳐진다. 윤도현은 솔로 곡과 '윤도현밴드'의 곡을, 강산에 역시 자신의 음악을 들려준다. 김C도 자신이 이끄는 밴드인 '뜨거운 감자'로 무대에 선다. 노홍철은 관객들과 함께 대화하는 시간을 만들 예정. 다음은 공연일정이다. ▲30일=전주 소리문화의 전당 ▲31일=청주 실내체육관 ▲8월13일=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 ▲8월20일=창원 실내체육관 ▲8월21일=부산 KBS홀 ▲9월3일=대구 EXCO 4만4천-6만6천원. ☎1544-1555 (서울=연합뉴스) 안인용 기자 djiz@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