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철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이날 촬영장 온도는 40℃에 육박했다. 푹푹 찌는 더위 속, 시흥 공단에 위치한 그늘 한점 없는 4층 건물 옥상에서 액션신을 촬영하려니 김래원의 온 몸에서는 땀이 비오듯 뚝뚝 떨어졌다. 해가 지면 시작되는 본 촬영을 앞두고 펼쳐진 리허설에서 김래원은 각목을 들고 20여명의 단역배우들을 상대로 '싸움짱'의 면모를 과시했다. 어둠이 깔리면 그는 이종혁과 함께 2인조가 돼 100대 2의 싸움을 펼치게 된다. 허허실실 전법으로 대표되는 김래원이 180도 변신했다. 단순 터프가이가 아니라 법과 양심은 아랑곳 없는 '악질'이 된 것. 이를 위해 쇼트 컷트의 헤어스타일을 선보인 그는 평소 공들여 만든 건장한 몸을 한껏 과시하며 남성미를 물씬 풍겨댔다. 제목이 인상적인 영화 '미스터 소크라테스'(감독 최진원, 제작 커리지필름ㆍ오죤필름)의 6일 촬영현장. 숨이 턱에까지 찬 김래원에게 '컨디션은 괜찮냐'고 물었더니 "그럼요!"라고 씩씩하게 대답했다. 천하의 인간말종 '구동혁'이 조직에 의해 길들여진 후 강력계 형사로 경찰에 위장잠입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는 범죄 액션영화로 현재 35% 정도 촬영이 진행됐다. 촬영현장 공개에 앞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래원은 "남을 괴롭히는 장면을 촬영하고 있으면 굉장히 행복하다"며 씩 웃었다. 기자간담회에는 최진원 감독, 주연배우 김래원 강신일 이종혁 윤태영 등이 참석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액션 연기에 대한 부담은 없나. ▲충북 제천의 폐교에서 깡패 50명을 상대로 싸우는 신이 있었다. 지치기도 하고 온몸이 멍들기도 했다. 그러나 생각보다는 괜찮았다. 오늘 저녁 100대2의 결투가 굉장히 걱정도 되고 기대도 된다. 평소 운동을 잘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액션 연기를 위해 특별한 준비는 하지 않았다. 그런데 막상 현장에서 연기를 하려니 너무 힘들다. 적응해나가고 있다. (김래원, 이하 김) ▲영화 속에서 악의 축 역을 맡았다. 강신일 선배님을 고문하기도 하고 김래원과도 격투를 많이 한다. 여러가지로 미안해서 김래원한테는 앞으로 밥을 많이 사려고 결심했다. (윤태영, 이하 윤) --법과 양심, 인륜을 저버린 인물을 맡은 소감이 어떤가. ▲굉장히 하고 싶었던 역이다. 주인공은 정의, 법 없이 느끼는대로 살아가고픈 인물이다. 평소 규칙없이 마음대로 살아가고픈 마음이 있었기 때문에 이 역에 끌렸다. 다른 인물들을 괴롭히는 장면을 촬영하면 굉장히 행복하다. (웃음, 김) --지금까지의 이미지와 반대의 캐릭터를 맡았다. ▲지금까지는 웃는 모습을 많이 보여드렸던 것 같다. 스스로도 웃어야 편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거의 웃음이 없고 표정이 없는 캐릭터이기 때문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김) --제목의 의미는 뭔가. ▲패륜아가 형사로 키워지기 위해 조직에 의해 조련되는데 그 과정에서 생기는 유일한 철학이 '악법도 법이다'이다. 그래서 소크라테스가 제목에 반영됐다. (김) --제목만 보면 코미디 같고, 구조를 보면 느와르 같다. 영화의 정체가 뭔가. ▲중간중간 코믹한 내용도 많다. 그러나 코믹한 요소는 내용 속에 풀어지는 것이고 실제적으로는 구동혁이라는 인물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를 겪어가는 과정을 따라가는 드라마다. 또한 남성들의 판타지를 그린 영화이기도 하다. 구동혁처럼 살고 싶다고 생각하는 남자들이 의외로 많다. (최진원 감독, 이하 최) --김래원의 어떤 면을 보고 구동혁에 캐스팅했나. ▲김래원의 기존 연기를 보면서 참 자연스럽고 잘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구동혁이라는 인물은 남자 배우라면 누구나 하고 싶어하는 역이다. 평소 김래원이 남성성이 강한 배우라고 느꼈고 그런 점에서 만족하고 있다. (최) --여배우가 없다. ▲엘리베이터 걸로 1명 잠깐 나온다.(웃음) 여배우가 없어 너무 아쉽지만 반대로 남자들만 있어 촬영현장이 누구에게 일방적으로 편중되지 않는 장점이 있다. (윤) (시흥=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prett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