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 때마다 달라진다.


얼굴 살도 쏙 빠졌다.


우리 나이로 스무살.


좀 차분해진 느낌이다.


22일 서울 삼청동의 한 와인바에서 가진 인터뷰가 보아(19)의 5집 첫 공식 스케줄이다.


지난 4집 때 "어린 나이에 너무 빨리 섹시 콘셉트로 나왔다"고 걱정했는데 23일 발매하는 5집 'Girls On Top'은 보아를 통해 '한국 여인상'과 '당당한 현대 여인상' 두가지를 모두 보여주고 있다.


인터뷰를 하다보니 여전히 10대 소녀처럼 장난기가 말 속에서 뚝뚝 흐른다.


"작년 11월 운전면허를 따서 서울에서 인천공항까지 달렸는데 베스트 드라이버"라는 둥, "엄마 음식 솜씨가 형편없다"는 둥 시종일관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최근 불거진 일본인 남성과의 스캔들에 대해서도 "아무 생각이 없다. 그만큼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는 것 아닌가"라며 툭 내던진다.


어린 나이에 많은 것을 했고, 가진 보아.


그래도 목표는 또 있다.


"중국 시장에 욕심이 난다. 아시아에서 튼튼히 자리매김한 후 미국 진출도 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힌다.


다음은 보아와의 일문일답.


--5집에는 상반된 이미지가 공존한다.


재킷과 뮤직비디오에서 한복을 입고 한국적인 여인상을, 타이틀곡 'Girls On Top'은 남성우월주의를 거부하는 당당한 여성을 표현했다.


▲남성에 순종하는 여인상보다 한국의 여인으로 성장한 보아를 보여주고 싶었다.


'Girls On Top'은 남성우월주의에 반기를 들었다기 보다 많은 여성들이 여성으로서 당당하게 자부심을 가졌으면 하는 마음을 표현한 것이다.


뮤직비디오도 이 두가지 모습이 함께 보일 것이다.


--한복을 입은 느낌이 어땠나.


한국 가수라는 것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 한복을 입었나.


▲초등학교 설때 입고 한복을 처음 입었다.


차분해지고 말수도 적어지더라.(웃음) 내 음반이 라이선스로 아시아 전역에 발매된다.


뮤직비디오ㆍ재킷 사진도 함께 건너가는 셈이다.


보아가 한국 여성으로 성장한 걸 알리고자, 또 우리 고유의 한복을 알리고 싶었다.


--5집 째다.


그전 4장의 음반에 비해 뭐가 달라졌나.


▲음악 색깔이 깊어졌다.


음반 전체적으로 R&Bㆍ솔 장르가 많은데 정통 R&B를 해본 적 없어 부담이 많이 됐다.


난 '꺾기'랑 안 친하다.


(웃음) 가수 겸 프로듀서 유영진 선배가 잘 이끌어줘서 공부가 많이 됐다.


이번엔 꽤 많이 '꺾었다.'


또 'MOTO' 등 수록곡 3곡을 작사했다.


준비는 올 초부터 했지만 음반 작업 기간이 40일로 짧고 굵었다.


지난 4월 일본 '아레나 투어 2005' 때도 곡 선정을 했다.


여느 음반보다 참여를 많이 했다.


--내지르는 창법의 'Girls On Top'을 타이틀로 선택한 이유는.


▲4집 때도 'My Name'과 'Spark'를 두고 갈등했다.


이번에는 'Girls On Top'과 'MOTO'를 두고 고민했다.


새로운 걸 하고 싶어서 내가 이 곡으로 결정했다.


개인적으로 'Girls On Top'과 강타 오빠가 코러스한 'Can't Let Go', '오늘 그댈 본다면'이 좋다.


--5집 안무와 무대 의상은.


▲여성적인 면보다 강한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안무가 다케우치 아야가 구성한 이번 댄스는 무척 파워풀하다.


섹시함과는 거리가 멀다.


뮤직비디오 촬영 때 한번 촬영한 후 15분씩 쉬어야 했다.


너무 과격해 무릎 뼈가 한번 돌아간 적이 있다.


'Double' 촬영 때 한번 그런 후 어깨, 팔, 다리가 자주 빠진다.


(웃음)


무대 의상은 파격적이거나 노출이 심하지 않다.


오히려 'My Name' 때보다 더 몸을 가린다.


(웃음) 매니쉬한 스타일이다.


--대 선배 김민기의 곡 '가을편지'를 리메이크한 소감은.


▲남자 곡이어서 여자가 부르니 다른 맛이 났다.


강릉 오죽헌에서 무반주로 불렀는데 혼자 조용한 가운데 노래하려니 쑥스럽더라.(웃음) 선배님께 누가 안 됐으면 좋겠다.


--상반기에 좋은 일이 많이 생겼다.


베스트 음반으로 일본 첫 여성 밀리언셀러가 됐고, 일본 '아레나 투어 2005'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콘서트를 성황리에 마쳐 기분이 좋았다.


또 'Do the Motion'이 오리콘 싱글차트 1위에 올라 기뻤다.


'Girls On Top'이 또 한번 최고의 기억을 만들어줬으면 좋겠다.


--'서로 다른 성일뿐 존재하기 위한 인간인걸' 등 'Girls On Top'의 가사가 무척 직설적이다.


▲남성우월 주의를 거부하는 것이 아니다.


여자들도 멋있고 강해질 수 있다는 의미다.


보통 노래 가사를 보면 늘 여자가 슬픈 상황인게 싫다.


오빠가 둘 있는데 큰 오빠는 사랑을 늘 독차지했다.


장남이 좋구나 생각했었다.


--어린 나이에 많은 걸 이뤘는데 목표가 뭔가.


▲중국 시장에 욕심이 많이 난다.


미국 시장도 욕심나지만 아시아에서 튼튼히 자리매김한 후 준비하겠다.


서두르지 않겠다.


--연기 병행에 대한 생각은.


▲몇몇 시놉시스는 들어왔지만 아직 정해진 작품은 없다.


지금 들어와 있는 시놉시스는 다 날아다니는 캐릭터다.


(웃음) 내가 연기하는 것에 의견이 분분하더라. 연기에 관심은 있다.


--5집 국내 활동 계획은. 콘서트도 열 것인가.


▲9월까지 국내 활동을 한다.


8월 말-9월 초 일본에서 싱글을 발매해 그 사이 작업 차, 또 8월 20, 27일 여름 라이브 투어 'A-nation 05' 2회 공연을 위해 일본에 다녀온다.


국내 콘서트는 고민중이다.


일본 콘서트가 국내에 많이 알려져 있다.


한국 팬들에게도 그 기대치에 맞는 공연을 선사하고 싶다.


대충할 순 없지 않나.


--비ㆍ세븐 등 한국 가수의 일본 시장 진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많은 가수가 일본에서 한국 문화를 알리며 멋있는 공연을 보여주니 기쁘다.


정말 잘 됐으면 좋겠다.


그런데 한번도 일본 활동 중 만난 적은 없었다.


--한국 팬과 일본 팬의 차이는.


▲일본은 가족 단위가 많다.


다른 가수에 비해 극성팬이 없다.


내가 사는 집도 모르고 공항에도 안 나오고 차도 뒤쫓지 않는다.


동방신기 팬이 오히려 나에게 '쟤 누구야'라고 할 정도다.


(웃음) 세관 아저씨들도 나를 못 알아보신다.


짐이 많아서 조사를 받으며 '촬영 갔다왔다'고 하자 얼굴을 보고도 '무슨 촬영이요' 하더라.


더 떠야겠다.


키가 작아서 안 보이셨나?(웃음)


--바쁘게 살아왔는데 한달간 자유 시간이 있다면.


▲혼자 유럽 일주를 하고 싶다.


또 쇼핑하고 요리 학원에 다닐꺼다.


누굴 위한 요리가 아니라 쿠키, 파스타, 수프 이런 류의 요리를 배워서 친한 언니들과 맛있게 먹고 싶다.


--여자 가수의 평균 수명이 5년이라더라.


▲어쩌지 나 올해가 5년 째인데.(웃음) 난 노래 부르고 춤추는게 체질이다.


이제 20살이어서 꽃다운 나이에 더 보여드려야 하지 않겠나.


음반 만들면 설레고 무대에서 노래하고 춤추는게 좋다.


쉬면 뭐하지 불안하다.


활동하면서도 논다.


영화보고 밥 먹고 쇼핑하고.


--SM 이수만 이사는 보아가 한류 스타로 인기있는게 싫다고 했다.


▲난 한류 열풍에 편승해 일본에 진출한 가수가 아니다.


2001년에 갔으니 그때는 한류라는게 없었다.


--건강관리는.


▲최근에 건강 관리를 못해서 감기에 걸렸다.


열이 38℃까지 올라갔다.


비행기를 단시간에 많이 타서 지쳤나보다.


또 음반 작업을 하면서 몸을 못 챙겼다.


--요즘 즐겨 듣는 음악과 보는 드라마는.


▲김민선 강타 주연의 드라마 '러브홀릭'.


두 주연 배우를 모두 잘 알아 시청을 강요당하고 있다.


스티비 원더, 머라이어 캐리, 블랙 아이드 피스 등의 음반을 듣는다.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mim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