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강국은 잊어주세요." 1일 첫 방송인 MBC TV 수목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극본 김도우,연출 김윤철)에서 남자주인공 현진헌 역을 맡은 현빈의 각오가 다부지다. 지난해 10월 종영된 MBC 드라마 '아일랜드'에서 우수에 젖은 눈빛의 경호원 강국으로 큰 인기를 얻은 그는 새 드라마 출연을 앞두고 가장 먼저 '강국 지우기'에 나섰다. 이는 신인시절의 모습을 기억하고 싶지 않다거나, 한가지 이미지로만 남을 것을 우려해서가 아니다. 사실상 자신의 첫 드라마라고 할 수 있는 '아일랜드'의 국이 역할이 그만큼 인상적이었기에 벗어나려고 더 애쓰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국이를 잊어달라"는 그의 말에 팬들이 서운함을 표현할 정도. 이에 대해 그는 "새 작품을 봐달라는 뜻으로 말한 것이었는데 서운해하셔서 놀랐다"면서 "하지만 이 드라마 끝나면 현진헌이라고 불리우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연기자로서 현빈이 통과해야할 중요한 관문이기도 하다. '아일랜드'의 강국이 아닌 '내 이름은 김삼순'의 진헌으로 사랑받음으로써, 강국의 모습으로서가 아니라 '연기자' 현빈으로서 인정받게 되는 것이다. 이를 자신도 잘 알고 있기에 현빈은 지난해 10월 '아일랜드'의 종영 이후 '내 이름은 김삼순'의 출연을 결정한 뒤 다른 활동 없이 이 작품 준비에만 매달려왔다. 연기 연습과 함께 극중 수영과 샤워 장면을 위해 몇 달 간 수영과 웨이트트레이닝으로 몸을 만들었다. 또 피아노 연주 장면을 위해 집에 피아노를 들여 놓고 연습했다. 진헌은 갖출 것은 다 갖춘 27세의 레스토랑 사장으로 자신이 고용한 파티쉐(제빵사) 김선아와 계약연애를 하게 된다. 감정을 절제하는 국이와는 달리 감정에 솔직하고 빈정거릴 줄도 아는 인물이다. 역할에 맞춰 겉모습도 많이 달라졌다. 경호원 국이가 검정색 정장이 전부였다면, 진헌은 머리도 세우고 옷도 여러 벌 갈아입는 등 한층 화려해졌다. 국이가 마치 현빈의 실제 모습인 듯 시청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었지만 그는 "두번째 작품이라서인지, 아니면 진헌이 더 잘 맞아서인지 국이 때보다 편하게 연기하고 있다"라고 말한다. 김선아를 상대역으로 만난 것도 행운이다. 그는 "원래 팬이었고, 원작을 처음 봤을 때 김선아 씨가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면서 "그런데 진짜 삼순 역에 캐스팅돼서 굉장히 기뻤고, 촬영장에서도 굉장히 편안하게 해준다"고 말했다. 현빈과 김선아와의 호흡으로 팬들이 '내 이름은 김삼순'에 거는 기대만큼 현빈이 이 작품에 거는 기대와 부담도 크다. "스스로 한발 더 나아갈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아일랜드' 때는 아무 것도 가진 것 없이 시작했지만, 이번에는 기다리고 기대하는 분들이 있어서 더 노력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아일랜드'의 국이 이미지를 버리고 진헌으로 다시 태어나려는 현빈, 멀지 않아 국이가 너무 잊혀져서 아쉬워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doub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