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장윤정을 만들어라.' 가요계가 틈새 시장인 성인가요의 가능성을 봤다. '신세대 트로트 가수'라는 타이틀을 얻고 히트곡 '어머나' 열풍을 일으킨 장윤정을 통해서다. 음반기획자들은 가요계 마이너리그로 분류됐던 성인가요가 음반 시장 불황 타개의 '히든 카드'가 될 수 있음을 목격했다. 그래선지 제2, 제3의 장윤정을 키우겠다는 음반제작자가 요즘 한둘이 아니다. 작년 신인 여성 댄스 가수를 키워낸 한 음반제작자는 "현재 키 170㎝ 이상의 늘씬한 미녀 3명을 모아 트로트 그룹을 결성할 계획이다. 한국은 물론 일본 등의 진출까지 고려해 기획중이다"고 했다. 그는 "장윤정을 통해 불모지로 생각했던 성인가요 시장의 가능성을 봤다. 한 사람이 성공하면 너도 나도 따라 뛰어드는게 가요계 현실이니 앞으로 1~2명의 성공 케이스만 더 나오면 시장은 형성될 것이다"고 설명했다. 또 유명 힙합가수의 소속사 대표 역시 "한 작곡가로부터 대박 가능성이 있는 트로트 곡을 이미 받아뒀다. 과거에는 성인가요 전문 작곡가들이 주로 썼지만 요즘은록 댄스 발라드곡을 쓰는 작곡가들이 트로트 음악을 만드는 시도를 하고 있다. 멜로 디가 경쾌하고 가사도 쉽다"며 "이 노래를 부를 가수는 보컬 트레이닝을 받고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트로트 가수를 키우겠다는 곳이 우후죽순 생겨난 이유는 뭘까. 음반 시장이 불황일수록 '뜬' 트로트 가수가 여타 가수에 비해 금전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거둔다고 여기는 가요 관계자의 마인드가 결정적이다. 신세대 댄스그룹이 속해있는 한 음반기획사 대표는 "국민에게 회자되는 히트곡을 한곡 낳을 경우 야간 유흥업소 한회 출연료가 1천-2천만원 대로 훌쩍 뛰고 각종행사에 초청 1순위로 꼽힌다. 음반 판매량이 '도토리 키 재기'인 시장에서 각종 공연이나 행사에서 '잘 팔리는' 가수가 더 많은 수익을 내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연예제작자협회의 박진 이사는 "장르의 다양성이라는 측면에선 트로트 가수 양성은 반길 일이다. 성인가요는 일반 젊은 가수의 음반에 비해 제작비가적다. 또 마케팅 타깃도 불특정 다수가 아닌 중장년층으로 분명해 집중적인 공략이가능하다. 노래가 히트할 경우 유행에 민감하지 않아 생명력도 길다. 특히 성인가수는 행사, 야간 업소 등 현실적인 수익 창구가 있다"며 트로트 가수 양성에 매력을느끼는 이유를 분석했다. '잘 키운 트로트 가수 열 스타가수 안부럽다'는 우스갯소리가 괜한 말이 아니라는 의미다. 그러나 기존 성인가요 시장의 행태를 답습, 변화 노력이 없다면 성공할 수 없다. 일본으로 눈을 돌리면 대표적인 성공 사례가 있다. 20대 초반의 일본 남자 엔카가수인 히가와 기요시. 카리스마 있는 외모와 가창력으로 2002년 데뷔 음반은 밀리언셀러를 기록했고 최근 발매한 싱글 음반은 엔카 가수중엔 이례적으로 오리콘차트데일리차트 1위에 올라있다. 심지어 일본에서 패션 유행까지 만들어내고 있다. 중장 년층이 아닌 대중에 초점을 맞춰 폭넓은 연령층의 사랑을 받고있는 것이다. 너도나도 장윤정, 히가와 기요시 같은 성공 모델을 좇는 것에 우려를 나타내는목소리도 있다. 대중음악평론가 박은석 씨는 "장윤정은 기존 트로트 가수와 차별화된 콘셉트로틈새 시장을 공략한 케이스다. 그러나 장윤정이 트로트에 대한 이미지를 바꾸고 가요계 트렌드를 선도한다는 의견에는 회의적이다. 한 사람의 성공 케이스를 보고서단시간에 모방 상품을 내놓겠다는 음반제작들을 보면 우리 음반 업계가 여전히 가내수공업, 개인사업자 단계에 머물러 있음을 입증하는 것이다"고 일침을 놓았다.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mim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