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향전' `구운몽' `심청전' 등과 함께 조선시대의 대표 소설인 `숙향전'의 가장 오래된 판본이 발견됐다. 부산 고신대 전광식(全光植ㆍ48) 부총장은 지난달 네덜란드 레이든(Leiden)의한 고서점에서 입수한 `슉향전' 권지상(券之上)을 16일 공개했다. 서양 고대철학을전공한 전 부총장은 동서양의 고서지에 대한 수집과 연구활동을 펼쳐왔다. 이번에 공개된 `슉향전'은 지금까지 발견된 `국립도서관본' `김동욱본' `파리동양어학교본' 등 세 종류의 경판본보다 앞서 인쇄된 것이다. 모두 33면으로 이뤄진이 판본은 보존상태가 좋아 파장이나 손상된 부분이 없다. 전 부총장은 "지난 6월 독일 뮌헨과 프랑크푸르트 등에 갔다가 한국고소설 관련자료가 네덜란드에 있다는 소식을 듣고 수소문 끝에 지난달 이를 입수했다"면서 "이자료는 19세기 말 한국을 방문한 네덜란드인이 국외로 유출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숙향전'은 `숙향낭자전' `별숙향전' `이태올전' `이화정기' `이화정기우기' 등다양한 명칭으로 불리는 고전소설. 중국 송나라를 배경으로 주인공 숙향(淑香)의 사랑과 고난의 삶을 아름다운 이야기로 전개시킨 조선시대의 국문소설이다. 이 소설은 1754년에 쓰인 `만화본 춘향가(晩華本 春香歌)'나 `배비장전'에 나올정도로 다른 고소설에 비해 이른 시기에 창작됐다. 도교적 세계관을 보여주는 소설로 민중들이 애독하던 작품이다. 한글판본, 한글필사본, 한문필사본, 한문목판본,한글활자본, 일역본 등 모두 36종의 이본이 남아 있다. 이번에 발굴된 판본은 한글판본 가운데 경판본의 상권. 현재 남아 있는 세 권짜리 `국립도서관본'은 중ㆍ하권, 두 권짜리 `김동욱본'은 하권만 보존돼 있다. 반면상ㆍ중ㆍ하 세 권으로 돼 있는 `파리동양어학교본'은 완질본으로 남아 있다. 지금까지 발견된 세 종류의 경판본은 하권 말미에 `무오 시월 야동 신판(戊午十月 冶洞 新板)'이라고 표기돼 있다. 1858년 10월에 간행된 것으로 `국립도서관본'과 `파리동양어학교본'은 동형동판이고, `김동욱본'도 구성은 달라도 내용은 같다. 이번에 발견된 판본은 간기(刊記)가 `무오 구월 야동 신판(戊午 九月 冶洞 新板)'으로 기록돼 지금까지 발견된 것보다 적어도 1개월 먼저 인쇄된 것이다. `숙향전'의 한자표기가 대부분 `淑香傳'이나 `熟香傳'인데 비해 `肅香傳'으로 표기된 것도눈길을 끈다. 전 부총장은 "인쇄된 종이가 얇고 지질도 좋지 않아 보존이 어려웠을 텐데 이국땅에서 완벽한 상태로 발견돼 국내로 들어오게 됐다"면서 "더구나 국내에 없는 두권짜리 `슉향전'의 상권이어서 발견의 의의가 크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정천기 기자 ckchu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