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수수밭''탄샹싱' 등을 쓴 중국 작가 모옌(莫言)의 장편소설 '풍유비둔'(랜덤하우스중앙,전3권)이 번역돼 나왔다. 1930년대 항일 투쟁에서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중국의 근·현대사를 조명한 이 책은 작가가 1980년 구상을 시작해 95년 완성했다. '다자 훙허'라는 중국 최고의 문학상을 수상했지만 한때 외설적이라는 이유로 판매 금지당하는 등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문제작이다. 어린 시절 전족의 고통을 겪으며 성장한 루 여인은 결혼한 후에는 무기력한 남편과 시어머니의 구박 속에서 짐승처럼 살아간다. 아들을 낳아야 사람 대접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루 여인은 많은 아이들을 갖게 된다. 이 아이들의 아버지는 고모부이기도 하고 우연히 마을로 들어온 오리 장수나 떠돌이 의사이기도 하다. 모두 9남매인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겪게 되는 사건들은 20세기 초·중반부터 시장경제 체제를 도입한 오늘날까지 중국의 근·현대사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게 한다. 1955년 산둥성 가오미 현에서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 모옌은 81년 등단 이후 '목화 파는 거리''메마른 하천' 등 유년기의 고향을 배경으로 한 작품을 발표하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많은 중국의 작가들이 정치적·이념적 작품을 썼던 데 비해 모옌은 성욕 물욕 잔혹성 등 인간의 원초적인 내면에 리얼하게 접근했다. 86년 중편소설 '붉은 수수밭'이 장이머우 감독에 의해 영화로 만들어져 88년 베를린영화제 황금곰상을 수상하며 세계 문단에 이름이 알려지게 됐다. 93년 발표한 장편 '술의 나라'는 우리나라를 비롯 프랑스 독일 일본 등에서 출간됐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