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관중은 "쪼개진 천하는 언젠가 하나로 합쳐지고 그것은 또다시 여럿으로 나눠진다"는 말로 '삼국지'를 시작한다. 후한 말 황건적의 난으로 비롯된 중국 분열 1백여년.사회체제를 지탱해주는 가치가 없었던 난세이자 또한 야망의 시대였다. 그동안 숨죽이고 있던 야심가들이 한꺼번에 '대륙의 그라운드'로 몰려나왔다. 심판도 룰도 없었다. 하찮은 필부도 왕후장상이 될 수 있었던 자유경쟁의 환경.정치의식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았고 사람은 넘쳐 '인재 풀'을 이뤘다. 조조 유비 손권 제갈량 원소 여포 등 영웅들의 행동은 정치인에게는 정략의 교범으로,직장인에게는 처세술로,기업인에게는 경영교과서로,군인들에게는 병법의 분석 대상으로 오늘날까지 전수되고 있다. 삼국간의 역학관계를 현대적 관점에서 살핀 '삼국지,그 안의 국제정치'(임용순 지음,나무와숲,1만2천원) 역시 이런 연구 노력의 결실이다. 저자는 당시 국제사회를 동탁과 반(反)동탁 연합군이 대립했던 양극체제를 거쳐 원소와 조조가 맞섰던 약화된 양극관계,위·촉·오나라가 정립했던 다극관계로 분류했다. 그리고 조조로 대표되는 현실주의가 당시 사회를 지배했던 이상주의적 정치사상인 유가에 승리한 것으로 이해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국가간 타협이 안 되면 전쟁으로 해결하려 한다는 공통점 등 시점을 바꿔가며 비교한 입체적 조명이 돋보인다. 물론 화공법(火攻法) 물길작전 기습전과 매목계 전술 등 눈길 끄는 읽을거리도 있다. '조조와 유비의 난세 리더십'(나채훈 지음,삼양미디어,9천5백원)은 제목 그대로 영원한 두 라이벌을 수평선상에 놓고 비교한 신간이다. 극단을 치닫는 성품과 처세술을 통해 실리형 리더와 명분형 리더의 성공전략을 대비시키고 있다. 적벽대전을 전후한 냉혹한 도박 등 한때는 위선자로, 또 한때는 잔꾀를 동원할 수밖에 없었던 지도자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묘사된다. 번역서 '삼국지로 접근하는 인간학'(모리야 히로시 지음,김욱 옮김,중명출판,9천원) 역시 주요 인물들의 권모와 지략을 후대인의 시각으로 살핌으로써 성공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김홍조 편집위원 kiru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