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의 씨, 정자가 말라가고 있다면? 이제 이런말은 더 이상 웃고 넘길 얘기가 아니다. Y염색체는 썩어가고 정자수는 줄어들어 결국남성은 멸종(?)될 것이라고 선언한 책이 나왔다. 영국의 급진적(?) 유전학자이자 옥스퍼드대 인류유전학과 교수인 브라이언 사이키스가 쓴 '아담의 저주: 남자 없는 미래'(따님刊). 2001년 출간한 '이브의 일곱 딸들'에서 모든 사람들은 단 한명의 여성인 '미토콘드리아 이브'를 공통조상으로 뒀다고 주장해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던 사이키스 교수는 이 책에서도 놀라운 주장들을 내놨다. 저자는 남성성의 운반자인 'Y염색체'가 썩어가고 있다고 말한다. 여성의 경우, X염색체 2개는 서로 짝을 지어 유전자를 교환해 나쁜 돌연변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반면 Y염색체는 계속되는 돌연변이를 막을 수도, 자신을 치료할 수도 없어서 부패해가고 있다는 말이다. Y염색체의 돌연변이로 인해 남성의 불임이 빠르게 늘고 있고 정자의 수는 가파르게 바닥을 향하고 있다. 그래서 12만5천년 안에 남성의 정자는 지금의 1퍼센트 수준이 될 것이라고 예견한다. 진화의 시간으로는 한순간에 지나지 않는 10만년 후, 정자는 절멸하게 된다는 것이다. 저자는 Y염색체는 부와 권력과 탐욕과 손잡고 세계에 불행, 빈곤, 파괴의 악몽을 가져왔고 지구를 못살게 만들었다고 말한다. 그 결과, 제일 먼저 타격을 입은 것이 바로 남성의 생식력이다. '아담의 저주'에 맞선 '가이아의 복수'인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저자는 '남성을 포기하라'고 대답한다. 그리고 Y염색체 없이 번식할 수 있는 방법 중 '여성+여성' 수정란이라는 파격적인 대안을 제안한다. 사이키스 교수는 어려운 내용을 특유의 입담으로 알기 쉽고 재미있게 풀어서 설명했다. 유전학에 대해 전혀 몰라도 중학교 생물시간에 배운 것만 기억하고 있다면 읽는 데 어려움이 없다. 이민아 옮김. 358쪽. 1만3천원. (서울=연합뉴스) 안인용 기자 djiz@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