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정치인의 수와 여성 정치는 별개의 것이다." 여성주의 저널 「일다」의 조이여울 편집장은 계간 「문화과학」 여름호에 기고한 '여성 정치, 이미지만 있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17대 총선 결과 늘어난 여성 국회의원의 수를 여성정치 발전의 신호탄으로 해석하는 흐름을 비판했다. 그는 "여성 정치를 여성 정치인의 수로 논하고 있는 상황은 여성이 진정 우리사회의 '소수자'라는 것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며 "여성 정치인은 그들이 '어떤 정치를 할 사람인가'와 무관하게, 정당과 무관하게, 보수-진보와 무관하게, 단지 생물학적 여성이라는 이름으로 한데 묶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편집장은 진보 언론이 먼저 부각시킨 '박근혜 지지론'을 예로 들며 "진보 언론들조차 '눈에 띄는' 여성 정치인 몇몇을 들여다보는 것으로 여성 정치를 사고했고,그것도 다분히 선정적이고 재미있는 이슈로 삼았다"며 "이들이 어떤 정치를 할 것인가, 그것이 정치판을 개혁하는 것과 어떤 연관이 있으며, 궁극적으로 여성들의 삶에미치는 영향이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분석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탄핵 사태 이후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대표로 활동했던 박근혜, 추미애 두여성의 행보가 한국 사회에서 여성 정치인의 위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며, 이들은'쓰러져가는 집안의 어머니'라는 전형적인 한국 여성의 이미지와 사회에서 선호되는여성성의 기호인 '외모.애교.눈물' 등을 이용해 동정심에 호소했다고 밝혔다. 조편집장은 여성운동 진영의 여성 정치세력화 운동도 한계에 봉착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정당불문 여성지지'라는 정치세력화 운동의 기본 전제는 "남성 중심 정치판을 비판 할 수 없게 만드는 한계에 봉착한다"며 "여성 정치세력화 운동의 방향은'생물학적 여성지지론'과는 다른 방식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사회.역사.정치적 맥락을 떠나 '여성'을 한 묶음으로 보려는 시도는 한국의 여성 정치를 둘러싼 담론의 핵심이었지만 이제 종식돼야 한다"며 "이제는 여성을위한 정치가 무엇인지부터 고민해야 할 시기"라고 제언했다. 계간 「문화과학」 여름호에는 '오늘, 문화란 무엇인가'를 다룬 특집과 청계천복원사업, 탄핵 사태 등을 분석한 시사논단 등도 실렸다. (서울=연합뉴스) 김경희 기자 kyungh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