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방송드라마 '완전한 사랑'에서 아내에게 헌신적인 건축가역을 해냈던 차인표(37)가 이번에는 영화 '목포는 항구다'에서 조폭 보스로 변신했다.


두 배역은 사회적 신분에선 크게 다르지만 긴 머리카락을 휘날리는 낭만적인 캐릭터라는 공통분모를 지녔다.


이 영화 속의 '목포건달' 백성기역은 의사(닥터K) 교사(짱) 사범(아이언팜) 신부(보리울의 여름) 등 그의 역대 배역중 가장 어두운 세계에 사는 존재지만 '약자 편에 서고, 사랑에 빠질줄 아는' 인간적인 깡패이기도 하다.


"백성기는 목포를 비롯한 각 지방의 정서를 대변하는 인물입니다. 억눌린 한이 있고 한에서 우러나는 정이 있지요. 투박한 사투리를 쓰는 저학력자지만 나름대로 멋을 아는 인물이지요."


'마약'을 취급하지 않는 '바른 조폭' 백성기는 차인표의 '바른 생활' 이미지에 감성을 보탠 캐릭터다.


파마로 일렁이는 긴 머리카락은 부드러움과 낭만성을 강화한다.


화려하고 야한 복장보다는 검은 단색의 옷을 자주 입는 모습도 세련미를 보태준다.


이런 외관은 지방건달에 대한 '거칠고 촌스러운' 고정관념을 불식시키고 여검사(송선미)를 짝사랑하고 자신을 잡으러 온 서울형사(조재현)를 넉넉한 인품으로 껴안는 데 입지를 넓혀준다.


그러나 투박한 남도 사투리는 백성기가 영락없는 '촌놈'임을 끊임없이 상기시킨다.


"목포에 있는 한 극단 연출자에게서 2개월 정도 사투리수업을 받았어요. 현장에서도 그분이 일일이 지적을 해주셨죠. 단어는 그렇다고 해도 억양을 바꾸는 것이 쉽지 않더군요. 특히 욕하는 부분에서 NG가 많이 났습니다."


그는 여기서 사투리를 묵직한 목소리에 실어 전달함으써 위엄을 잃지 않는다.


이는 투톱으로 출연한 상대역 조재현과 호흡을 일치시키는 데도 기여했다.


"영화 속의 두 주인공은 투수 포수와 같지요. 서로 잘 던지고 잘 받아야 되며 사인도 잘 맞아야 합니다. 조재현씨가 투수라면 저는 포수인 것 같아요. 조재현씨는 선수급이어서 직구뿐 아니라 변화구나 너클볼 등을 던져왔는데 저는 그것을 빠뜨리지 않고 받아내느라 혼이 났지요."


그는 "시사회 반응이 목포뿐 아니라 대구와 부산 등 경상도 지역에서도 좋다"며 "이 영화가 동서화합 무드에도 일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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