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바르드 뭉크의 1983년작 '절규'(The Scream)의 핏빛 배경 하늘은 그의 상상력에서 나온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고 뉴욕타임스(NYT) 인터넷판이 8일 보도했다. 미국 텍사스주립대학의 도널드 올슨 교수팀은 천문학 저널 '천체와 망원경' 2월호에서 뭉크가 1883년 말부터 1884년 초 사이 어느날 항구도시인 크리스타이나(현재의 오슬로)의 황혼이 드리워진 르차브로초센(현재의 모세바이엔) 거리를 산책하다 붉게 물든 하늘을 실제로 보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1883년 8월 27일 인도네시아의 화산섬 크라카토아에서 분출된 화산재가 그 즈음 노르웨이에 도달해 하늘을 붉게 물들였다는 이야기다. 연구진은 당시 뭉크가 본 핏빛 하늘을 여러 사람이 목격했을 것이라며 "1883년 말부터 1884년 1월 사이의 황혼은 크라카토아로부터 날아온 화산재로 인해 지난 150년 사이 가장 장관이었다"고 묘사한 당시 신문기사를 근거로 제시했다. 1883년 11월 28일자 뉴욕타임스에도 서쪽 수평선이 진홍빛으로 물들었고 많은 사람들이 놀란 표정으로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는 기사가 게재됐고 뭉크의 고향 신문에는 이틀 뒤 비슷한 내용의 기사가 실렸다. 주로 예술작품에 대한 천문학적 접근을 시도해온 올슨 교수팀은 지난해 빈센트 반 고흐의 작품 '일몰'이 사실은 월출로, 정확하게 1889년 7월 13일 현지시각 오후 9시 8분 생-르미-드-프로방스의 하늘에 뜬 달이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들은 예술작품을 과학적인 잣대로 분석해내는 일련의 활동이 작품을 감싸고 있는 신비로움과 감성적인 깊이를 반감시키는 측면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측면이 더 강하다고 지적한다. 이런 극단적 사실주의가 사람들에게 미스터리가 아닌 작품의 특정 부분에 대해 일깨워 줌으로써 그 부분에 몰두할 수 있도록 해 오히려 예술작품의 신비감을 더 깊게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올슨 교수와 같은 일단의 과학자들은 예술작품이 갖고 있는 신비함의 배경에 감춰진 진실을 과학적인 방법으로 규명하는 데 큰 관심을 갖는다고 NYT는 전했다. 이들은 모네의 작품 수련(水蓮)이 작품을 그릴 당시 화가가 백내장(白內障) 증세를 앓고 있었기 때문에 화면 전체에 희끗희끗한 배경이 드리워져 있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예술적 수수께끼의 어머니'라고 일컬어지는 모나리자의 미소도 그 이유가 이들에 의해 밝혀졌다. 하버드 의대 신경생리학자이자 '시각과 예술:시력 생태학'의 저자 마거릿 리빙스턴은 3년 전 그림 속 주인공의 입 주위 근육들이 측면에서 바라볼 때만 미소를 띠며 이 때문에 미소가 스쳐지나가는 것처럼 신비스럽게 보인다고 발표해 화제가 된바 있다. (서울=연합뉴스) 박기성 기자 jeansap@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