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암(豹菴) 강세황(1713~1791)은 조선시대를 통틀어 자화상을 가장 많이 남긴 인물이다. 자화상 4폭,초상화 6폭 등 10폭이 전하는데 표암은 자신을 그리면서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답을 모색했다. 표암의 예술세계는 지금까지 화가의 측면을 중심으로 연구돼 왔다. 그가 45세에 그린 '영통동구'는 산보다 바위를 크게 그리는 등 서양화 기법을 도입했다는 점에서 교과서에 실리기도 했다. 표암은 당대 뛰어난 서화 비평가이면서 시서화(詩書畵) 삼절(三絶)의 문인예술가였다. 서울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표암 강세황의 시·서·화·평(詩·書·畵·評)'전은 표암의 예술세계를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전시회다. 자화상,글씨,산수인물,사군자,초충화훼(草蟲花卉),서화평,장서 등 1백79건의 작품과 자료가 출품됐다. 그는 32세부터 30여년간 일체의 벼슬길을 단념하고 안산(安山) 초야에 묻혀 학문과 예술에 전념했다. 그의 예술은 32세 이전의 초기 학습기,안산 시절(32∼61세),관직 등용과 연경(燕京)행(61∼79세) 등 세 시기로 나눌 수 있는데 안산 시절과 연경행이 가장 중요한 시기였다. 표암은 61세 때 영릉 참봉을 시작으로 71세 때 한성 판윤(서울시장)에 오르는 등 초고속 승진을 거듭했다. 72세에 사신으로 연경을 방문,중국 지식인들과 접촉하면서 예술적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표암은 중국에서 들어온 남종문인화를 조선에 토착화시키기도 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 토대를 확인할 수 있는 작품들이 대거 공개된다. 기존에 알려진 '방동현재산수도''계산심수도''방심석전필벽오청서도' 외에 '방석도필법산수도''방공재춘강연우''표옹서화첩' 등을 선보인다. '계추기사'는 표암의 셋째아들 관(人寬)이 쓴 것으로 초상화 제작에 50냥(현재 화폐로 4백만원)이 소요됐다는 자세한 내막도 함께 전해져 온다. 내년 2월29일까지.(02)580-1511 이성구 미술전문기자 s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