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신경숙의 글과 사진작가 구본창의 사진이 결합된 산문집 「자거라, 네 슬픔아」(현대문학 刊)가 나왔다. 지난 5월부터 3개월간 신문에 연재됐던 것을 엮은 것으로 국내외에서 촬영한 구본창의 탐미적인 사진에 신경숙의 섬세하고도 애틋한 글이 어우러졌다. 비현실적 아름다움을 가진 연꽃을 든 손, 인적없는 어느 성의 구석자리에서 가지런히 신발을 벗고 낮잠을 자는 남자, 질주하는 기차안에서 바라본 기찻길, 방 한가운데 덩그마니 놓인 시골밥상, 비밀을 엿보듯 살짝 젖혀진 커튼 틈새로 보이는 고양이 등 짧은 순간을 포착한 구본창의 사진은 신경숙의 글의 세계로 이끄는 상상력의 창구 역할을 한다. 신경숙은 필름에 갇혀 있는 이야기를 인화하듯 오랜 추억들을 사진 속에서 되살려 낸다. 저자는 무엇이든 맛있게 드셨던 아버지 덕분에 서로의 입에 음식을 넣어주는 일에 부끄럼이 없었던 가족들 간의 애정, 은사시나무가 창밖으로 보이는 지인의 방에서 잠들었던 시간, 새로운 주인에게 넘겨주고 돌아오는 밤길에 조금 울게 만들었던 사랑했던 고양이 등에 관한 이야기를 사근사근 들려준다. 어릴 적 영화를 같이 보러 다녔던 친구를 몇십 년만에 만나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를 보며 울었던 사연 등 유년시절 고향의 추억부터 작가 주변의 사소한 일상에 이르기까지 신경숙이 엮어내는 이야기는 구수하면서도 특유의 잔잔한 슬픔을 자아낸다. 252쪽. 1만원. (서울=연합뉴스) 정천기 기자 ckchu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