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 낳은 최고의 극작가로 꼽히는 셰익스피어(1564-1616)의 삶과 문학을 다룬 책자가 나왔다. 시인 김정환씨가 옮긴「셰익스피어 평전」 은 영어 원저가 지난 98년 영국 옥스퍼드대출판부에서 선보였다. 전기작가 파크 호넌이 집필한 이 평전은 셰익스피어 출생 기록과 같은 당대 문건에 철저히 토대를 두고 있다. 이러한 작업을 통해 결국 이 책은 셰익스피어가 어떠한 가정에서 태어나 무엇을 배웠으며, 또 어떻게 성공을 했는지, 나아가 그의 습작시절에 어떤 작가를 모방했는지 등을 밝히고 있다. 이미 매튜 아놀드, 제인 오스틴, 로버트 브라우닝 같은 영국 출신 작가들에 대한 전기를 집필한 바 있는 호넌은 이번 「셰익스피어 평전」에서는 페르낭 브로델로 대표되는 프랑스 아날학파의 역사서술 전통을 시도했다고 선언한다. 이에 따라 영국 잉글랜드 중부의 스트랫퍼드-어폰-에이번(Stratford-upon-Avon)에서 중상류 상공인 아들로 태어난 셰익스피어 또한 그 시대를 벗어날 수 없는 만큼 그가 산 르네상스시대 혹은 엘리자베스 1세 시대라는 '거시적인 틀' 안에서 그의 생애와 작품이 갖는 연관관계를 분석하고자 이 책은 시도하고 있다. 저자 스스로는 이번 책이 "현재 셰익스피어에 대해 알 수 있는 모든 것을 꼼꼼한 이야기 틀로 보여주고, 또 그의 작품을 그의 생애와 연관시켜 설명하고자 했다"고 말하고 있다. 이에 의하면 그의 작품에는 변화하는 시대상이 짙게 반영되고 있다. 예컨대 피와 찬탈, 반역을 소재로 하는 「햄릿」이나 「맥베스」, 「리어왕」등의 작품에는 봉건적 질서가 붕괴하고, 골육상쟁이 빈발하던 셰익스피어 당대 상황과 결코 무관할 수 없다. 또 이 위대한 작가의 초기작품들인 연작시집 「소네트」라든가, 「말광량이 길들이기」 등지에는 남의 작품이나 작가를 모방하는 취향이 짙게 나타나기도 하는데, 인도와도 바꿀 수 없다던 천재도 출발도 역시 '모방'이었던 셈이다. 북폴리오 刊. 644쪽. 2만8천원 (서울=연합뉴스) 김태식 기자 taeshi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