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의 여우'로 불리는 롬멜 장군의 평전 '롬멜'(마우리체 필립 레미 지음,박원영 옮김,생각의나무,2만5천원)이 출간됐다. 저자는 다큐멘터리 필름 제작자.롬멜의 편지와 일기,명령기록,메모,측근들과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썼다. 저자는 히틀러 밑에서 무모한 전쟁에 내몰리던 롬멜이 패전을 예감하고 연합국과 평화조약을 추진했으며 국민들의 희생을 막기 위해 히틀러를 축출하는 계획에도 참여했다는 사실을 전한다. 롬멜은 또 평생 히틀러의 나치당에 입당하지 않았다. 롬멜은 젊은 나이에 승승장구해 2차대전이 일어나자마자 총통 사령부 경호대장에 임명됐다. 무엇보다 그를 유명하게 만든 건 1941년 2월 리비아에서 패배 직전의 이탈리아군을 지원하러 갔을 때였다. 워낙 대담무쌍한 기습공격을 펼쳐 '사막의 여우'라는 별명을 얻게 된 것. 그렇지만 다음해 카이로와 수에즈 운하 공격이 몽고메리의 영국군에 의해 실패하고 몽고메리의 대대적인 반격이 있자 그는 수십만명의 부하를 구하기 위해 히틀러의 명령을 어기고 퇴각했다. 그 일로 송환됐다가 전선으로 돌아갔을 때는 독일의 패색이 완연해진 뒤였다. 그 때 롬멜은 '독일은 실패했다. 전쟁이 계속될수록 더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고 모든 것이 폐허로 변한다. 이것은 바로 범죄다'라며 화평을 꾀했다. 1944년 영국 전투기들의 공격으로 중상을 입은 그가 후송되고 친구들의 히틀러 축출음모가 발각됐다. 히틀러는 롬멜에게 자살할 것을 권유했고 그는 10월14일 음독자살로 일생을 마쳤다.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