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하 시인을 비롯해 김명자 전 환경부 장관, 박이문 연세대 초빙교수 등이 모여 위기에 처한 '생명'의 문제를 포괄적으로 다루는 포럼을 개최한다. '세계생명문화포럼-경기 2003' 조직위원회(위원장 임길진)는 26일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세계생명문화포럼 전체위원회를 열고 12월18일부터 21일까지 나흘간 '세계생명문화포럼'을 개최한다고 공식 선언했다. '세계생명문화포럼-경기 2003'은 전쟁과 테러, 빈곤과 인권 유린으로 얼룩진 21세기를 파국으로 치닫는 위기 국면으로 진단하고 새로운 '생명문화'를 모색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 회의를 마치고 프레스센터에 위치한 커피숍으로 자리를 옮긴 김지하 공동추진위원은 "이제까지 제가 한 이야기는 이론이 아니라 담론이었다"며 그러나 "전 세계적으로 생명이 제3의 위기를 맞고 있는 요즈음 환경과 생명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다루고 인문학과 자연과학, 동양과 서양을 아우르는 장르로서 '생명학'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역시 포럼의 공동추진위원을 맡고 있는 박이문 연세대 초빙교수는 "사실 생명을 총체적 학문으로 다루는 개념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면서 "하나의 현상을 유기적으로 본다는 관점에서 인류학이나 문화학이 발전한 것과 같이 학제간 연구로서 '생명학'의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김지하 위원은 이어 이제는 "작년 월드컵과 대선에서 보여준 국민들의 실천 의지를 받아들일만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지식인과 공직사회가 제시할 때"라며 이번 포럼에서 자신은 그 대안으로 "중앙아시아와 동아시아의 문화적 전통을 복원하는 문예부흥, 문화이론 및 자본과의 비판적 연계를 통한 문화 혁신, 그리고 이 둘을 매개할 새로운 학문으로서 미학, 철학, 역사학 등의 필요성을 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이문 교수는 "막연히 생명이 위기라는 문제만을 가지고는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선택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작게는 덜 먹고, 덜 다니고, 덜 소비하는 소극적인 지침에서부터 크게는 물질주의와 과학을 동일시하며 과학을 부정하는 세계관에서 벗어나 환경과학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적극적인 자세까지 구체적인 테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12월18일 경기도 수원시 중소기업지원센터에서 개막하는 이번 행사에는 리카르도 나바로 지구의 벗 국제본부 의장, 미조구치 유조(講口雄三) 도교대 명예교수, 마리에타 L. 바바 미시간대 사회과학대 학장 등이 참석하며 한국에서는 김지하 시인을 비롯해 류승국 전 한국정신문화연구원 원장, 최재천 서울대 교수, 장회익 녹색대 총장, 박이문 연세대 특별초빙교수 등이 참여한다. (서울=연합뉴스) 김경희 기자 kyungh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