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여성화가 케테 콜비츠(1867-1945)의 '전쟁은 이제 그만!'은 반전 포스터로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1924년 라이프치히에서 열린 중부 독일 사회주의 노동운동 청소년대회를 위해 제작한 이 대형 석판화는 전쟁으로 얼굴이 앙상해지고, 숱이 다 빠진 머리칼을 바람에 흩날리는 사람이 팔을 치켜들고 "전쟁은 이제 그만!"이라고 절규하는 모습을 담았다. 평생을 사회주의자로 살았던 콜비츠는 1차대전에서 아들을, 2차대전에서 손자를 잃었다. '죽은 아이를 안고 있는 어머니' '희생' '부모' '과부' '어머니들' '독일어린이들이 굶고 있다' '씨앗들이 짓이겨져서는 안된다'등 전쟁으로 겁에 질린 아이들과 어머니의 모습을 그린 작품들로 사람들의 가슴을 아프게 파고든다. 영남대학교 법과대학 박홍규 교수가 쓴 「총칼을 거두고 평화를 그려라-반전과 평화의 미술」(아트북스刊)은 17세기 자크 칼로에서부터 피카소, 마르크 샤갈에 이르기까지 전쟁에 반대하고 전쟁의 끔찍한 참상을 예술로 증언한 화가들의 생애와 그 작품들을 소개한다. 17세기 종교전쟁을 증언한 칼로는 섬뜩한 집단 처형과 전쟁중의 약탈 장면을 화면에 담았다. 18세기 프란시스코 데 고야는 전란으로 황폐화된 조국 스페인의 실상을 생생하게 전한다. 19세기 오노레 도미에는 전쟁의 가장 큰 희생자인 민중들의 평화에 대한 염원을 그렸다. '평화가 칼을 삼킬때'는 평화의 여신이 긴 칼(전쟁)을 입속에 넣고 삼키려하는 그림으로 비장하고 처연하기까지하다. 조지 그로스와 존 허트필드는 독일 군국주의에 저항해 나치의 허황된 야욕을 공격했다. 파블로 피카소의 '게르니카'는 탁월한 반전, 반파시즘의 상징이 됐으며 필립 에버굿, 벤 샨, 레온 골럽 등은 핵의 위협에 주목했다. 백마디 말보다 그림 한장이 충격적일 수 있다. 이 책은 전쟁이라는 비극의 근원을 뿌리부터 탐색하고 그림이 주는 강렬한 직접성과 직관적인 호소력으로 살인의 광기를 고발한다. 288쪽. 1만6천원. (서울=연합뉴스) 김은주 기자 kej@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