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 잔디가 어느새 누런 옷으로 갈아입었다. 머잖아 칼 바람까지 불면 골프의 즐거움보다는 추위와 싸워야 하는 괴로움이 더할 것이다. 이 때문에 골퍼들은 따뜻한 동남아지역을 많이 찾지만 비행 시간이나 지상 이동거리가 길다는게 흠. 반면 일본은 거리가 가깝고 날도 좋아 많은 골퍼들이 선호하고 있다. 인천공항에서 비행기로 2시간이면 갈 수 있는 나리타.이동이 제주도 못지 않게 자유롭고 편하다. 나리타 공항에서 호텔까지는 10여분.대부분의 골프장은 호텔에서 20분 안팎의 거리에 있어 주말을 이용해 다녀오기에도 손색없다. 이곳은 한겨울에도 눈 내리는 날이 2∼3일뿐이며, 대부분 영상을 유지한다. 바람도 매섭지 않으며, 아직 잔디가 푸르름을 유지할 만큼 온화하다. 동남아지역에 비해 비용이 조금 비싸긴 하지만 품격 있고 편리한 골프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이 돋보인다. 이 지역의 대표적인 골프장으로는 태평양CC와 카레도니안, 다코, 도미사토, 라비스타, 이치하라CC 등이 있다. 유럽풍의 클럽하우스를 자랑하는 태평양CC는 일본 고유의 지형적 특성을 살려 아기자기하면서도 도전적인 코스가 많다는게 특징. 대부분의 홀이 쉬워 보이지만 파온을 하기에는 만만치 않은 거리여서 공략에 성공하면 기쁨은 두배가 된다. 페어웨이는 한국에 비해 좁게 설계됐지만 홀마다 다양한 특징을 지니고 있어 18홀 내내 지루하지 않다. 골프코스 전체가 울창한 숲으로 둘러싸여 가슴이 맑아지는 느낌이다. 카레도니안CC는 아름다운 워터해저드와 터프한 페어웨이가 어우러져 예술적인 경관을 자랑한다. 아웃코스는 스코틀랜드풍으로 중후한 멋을 자랑하고, 인코스는 화려하고 아름답다. 비거리가 좀 나는 골퍼라면 곳곳에서 워터해저드를 넘기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된다. 물을 넘기면 최소한 미들아이언 거리를 얻을 수 있어 동반 플레이어들의 부러움과 박수 세례를 받는다. 그러나 방심하면 공이 물귀신이되기도 해 희비가 엇갈린다. 이런 점이 재미를 더해준다. 전동카트가 페어웨이와 그린에 최대한 접근하도록 설계돼 투어기간 라운딩이 이어져도 체력 낭비가 심하지 않다. 일본인 회원들에게만 개방하던 전통을 깨고 한국 골퍼들도 맞아들이고 있다. 이밖에도 다코, 도미사토, 라비스타, 이치하라 등은 저마다 다양한 특징과 융단을 펼쳐 놓은 것 같은 페어웨이를 자랑한다. 일본에서 골프를 즐길 때 한가지 기억해둘 것은 한국식으로 서두르지 말라는 점. 일본 사람들은 뒷팀이 기다려도 개의치 않고 자신의 플레이 템포를 지킨다. 뒷팀 또한 여유있게 기다려주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따라서 서둘러 친 후 앞팀이 홀아웃하기를 기다리다 보면 리듬을 잃어버리기 쉽기 때문에 여유있는 골프를 즐겨야 한다. 주변 볼거리로는 민속촌과 디즈니랜드 등이 있다. 일본 에도시대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민속촌은 20분 거리, 디즈니랜드는 45분 거리에 있다. 호텔에는 한국어로 된 관광안내 책자가 비치돼 있다. ----------------------------------------------------------------- < 여행수첩 > 골프투어 전문회사인 스윙투어(02-752-7074)는 3박4일간 72홀을 라운드하는 상품을 1백25만원에 내놨다. 2박3일(54홀)은 94만원이다. 주말골퍼들은 1박2일 코스를 선택하면 좋다. 77만원에 36홀을 라운드할 수 있다. 숙소는 특급 힐튼호텔과 라비스타코티지호텔을 이용한다. 중ㆍ석식비, 캐디피, 카트피 등은 별도. 나리타(일본)=최규술 기자 kyus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