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강의 군사력으로 무장한 나치 독일이 영국 침략에 나서 런던 시가지를 공습하자 당시 총리였던 윈스턴 처칠은 시가를 문 채 태연히 거리를 활보했다. 떨고 있는 런던 시민들에게 용기를 주기 위해서였다. 당시 영국인들에게 필요한 것은 무기나 탄약이 아니라 자신감과 사기라고 판단했던 것.그 결과 영국은 전쟁에서 이겼다. 가정이든,국가든 위기에 처했을 때 지도자의 리더십은 더욱 빛을 발한다. 그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존망이 갈리기 때문이다. 'CEO 히틀러와 처칠,리더십의 비밀'(앤드류 로버츠 지음,이은정 옮김,휴먼앤북스,1만4천5백원)은 제2차 세계대전의 두 라이벌인 히틀러와 처칠의 상반된 리더십을 통해 진정한 리더십이 어떤 것인지를 보여준다. 저자는 두 사람의 리더십을 '권위적인 리더십'(히틀러)과 '영감을 주는 리더십'(처칠)으로 분류하고 이들의 위기관리 능력,자기관리,카리스마,국민들과의 관계,인사관리,조언을 받아들이는 태도 등을 흥미롭게 분석한다. 책은 히틀러가 권력을 장악하고 2차대전을 일으킨 1939년을 분기점으로 이전,이후의 두 사람을 비교한다. 우선 두 사람은 태생과 교육환경,성격까지 정반대였다. 처칠은 부유한 귀족 집안 출신에 부모의 후광으로 순탄하게 정치에 입문했다. 반면 히틀러는 오스트리아 시골의 사생아로 태어나 정규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혼자 힘으로 권력의 정점까지 올랐다. 또한 두 사람은 강력한 독일제국 건설,대영제국 건설이라는 비전을 국민들에게 제시했지만 실상은 달랐다. 히틀러는 교묘하게 조성한 초인의 이미지와 카리스마를 바탕으로 질투와 불만이라는 사악한 감정을 촉발시켜 국민들에게 적개심을 불러일으켰다. 반면 처칠은 문명화된 가치를 바탕으로 사람들이 자신감과 용기,희망을 갖도록 영감을 불러일으켰다. 뿐만 아니다. 처칠은 토론을 즐기며 조언을 받아들일 줄 알았지만 히틀러는 참모들을 억압했고,전황이 불리해지자 야전사령관의 지휘권을 일일이 간섭하며 사기를 떨어뜨렸다. 또 처칠은 오랜 친구이자 동료를 식품부 차관에 기용했다가 그가 추문에 연루되자 가차없이 퇴진시킨 반면 히틀러는 능력이나 도덕성보다는 자신에 대한 충성심만으로 사람을 판단했다. 이같은 리더십의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평범한 사람들을 위한 특별한 리더십 사다리'(빌 쓰롤 외 지음,이경아 외 옮김,푸른솔,1만2천원)의 저자들은 "리더십의 실체는 인격"이라고 설명한다. 오늘날 국가 사회 가정 등 곳곳에서 발생하는 리더십의 위기는 인격의 결여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얘기다. 저자들은 성공으로 가는 사다리,즉 리더십을 두 가지로 분류한다. 하나는 개인의 능력과 카리스마,조직원들의 희생 등에 기초한 '짧은 사다리'이고,또 하나는 신뢰를 주는 행동과 자기개방,진실과의 제휴,운명의 발견,균형 등을 미덕으로 삼는 '긴 사다리'다. 저자들은 "인격은 힘을 관리하는 사람과 힘을 악용하는 사람을 구별짓는 요소며 능력이나 지위,학벌만으로는 형성할 수 없는 리더십을 갖게 해준다"고 강조한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