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단 필자들이 대중 속으로 들어오고 있다. 학자들의 글이 딱딱하다는 것도 이젠 옛말.같은 내용이라도 이왕이면 많은 독자들이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하자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맛있고 말라말랑한 글쓰기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특히 경제.경영서적 분야의 변화가 주목된다. 전통적인 학문의 골격에 신세대 감각의 옷을 입힌 것. 이준구·이창용 서울대 교수는 '경제학 들어가기'(법문사)에서 딱딱한 이론서의 껍질을 벗기고 부드러운 경제의 세계로 독자들을 이끈다. 소비자가 좀더 낮은 가격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탐색행위' 개념은 뜨내기 손님이 많은 역 앞 음식점과 단골이 많은 기사식당의 예를 들어 설명하고 수요·공급 법칙은 '납꽃게'와 서해교전을 통해 소개한다. 남대문시장과 패션쇼,스키장 등 직접 찍은 사진들도 눈길을 끈다. 백화점 매장엔 들어가려다가 몇번이나 제지당해 결국 '몰래카메라'기법으로 찍었다고 한다. 저자들은 "경제학이 이렇게 재미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어려운 용어나 수식은 일반인들에게 지뢰와 같죠.소설 읽듯 쉽게 접근할 수 있어야 됩니다"라고 말했다. 정갑영 연세대 교수의 경제 이야기 '나무 뒤에 숨은 사람'(영진팝)에는 시인 함민복씨의 시가 등장한다. '쥐가 물동이에 빠져 수영할 힘이 떨어지면 꼬리로 바닥을 짚고 견딥니다. 30분,60분,90분…/그래서 쥐꼬리만한 월급으로 살아가는 삶의 눈동자가 산초 열매처럼 까맣고 슬프게 빛납니다.'(함민복 시 '샐러리맨 예찬' 일부) 임금과 노동시장을 설명하는 대목에서 그는 글머리에 이 시를 올려놓고 '이만하면 책읽는 재미가 쏠쏠하지 않은가'하고 묻는다. 먼저 베풀어야 대접받을 수 있다는 경제의 '황금률'은 사랑에 실패한 학생의 편지로 설명하고 '기대치'는 토정비결과 결부시켜 풀어간다. 시·소설 영화 등 문예 전반과 미팅·첫사랑의 원리,신동헌 화백의 컬러삽화까지 곁들였다. '코카콜라는 어떻게 산타에게 빨간 옷을 입혔는가'(21세기북스)를 쓴 김병도 서울대 교수는 마케팅 전략 중 '브랜드 사이언스'의 성공사례로 코카콜라와 산타 할아버지를 든다. 코카콜라사가 비수기인 겨울철마다 판매량을 늘리기 위해 고심하다 계절 이미지에 맞는 산타클로스를 광고 모델로 등장시켜 대박을 터뜨린 사례다. 웃는 모습의 뚱뚱한 할아버지에 코카콜라를 연상시키는 빨간색 외투를 입히고 커다란 벨트를 채운 것이 주효했다. 결국 코카콜라의 브랜드 가치는 6백90억달러(약 85조원)로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다. 그는 이 같은 예를 포함한 6가지 미래 마케팅 전략을 함께 알려준다. 김영한 국민대 교수는 '스타벅스 감성마케팅'(넥서스)과 '총각네 야채가게'(거름),'1page 마케팅'(거름) 등 베스트셀러를 잇달아 내고 있다. 삼성전자와 휴렛팩커드에서 실무 경험을 쌓은 그는 사람들이 점심값보다 비싼 커피를 마시는 이유,총각들이 운영하는 야채 가게가 어떻게 고객을 감동시켰는지 등을 생생한 현장 얘기로 풀어나간다. 홍성태 한양대 교수는 '보이지 않는 뿌리'(박영사)를 통해 대중과 호흡하는 마케팅 심리학의 진수를 보여줬다. 올컬러 5백20쪽에 달하는 이 책에는 제품·광고사진 2백50여장을 비롯 피카소의 초기 작품 등 희귀사진이 많이 실려있다. 흰 튤립 꽃밭에 빨간 꽃 한송이가 피어있는 사진은 그가 3천달러나 주고 샀다고 한다. 개별 소비자의 주체성을 상징하는 사진이었기 때문이다. '깨달음이 있는 경영'(바다출판사)을 쓴 이동현 가톨릭대 교수는 위대한 경영 구루(Guru:대가) 5명에게 배우는 혁신경영의 원리와 국내외 기업의 적용사례,관련 도서목록 등을 안내한다. 지난해에는 'CEO 히딩크-게임의 지배'(바다출판사)를 내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