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어놓은 건 없는데 물가와 집값은 날마다 뛰고 나중엔 국민연금도 쥐꼬리로 줄어든다고 한다. '오륙도''사오정'에 이어 최근에는 '삼팔선'이라는 신조어까지 나올 정도로 회사 또한 매정하다. 평균수명은 늘고 정년은 짧아지는 세대.'45세까지 10억원을 못 모으면 노후가 힘들어진다'는 경고가 결코 남의 얘기가 아니다. 그래서 그런지 출판·서점가에 '10억 만들기''…억 벌기'라는 제목의 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올 여름에 나온 '나의 꿈 10억 만들기'(김대중 지음,원앤원북스)가 폭발적인 반응을 얻으면서 '부동산으로 10억 만들기'(전영수 지음,원앤원북스),'그냥 구질구질하게 살아라-2030 샐러리맨의 10억 모으기'(심영철 지음,팜파스)등 '10억'책이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달 말에 나온 책도 3권이나 된다. '월급쟁이의 10억 꿈 아파트로 키운다'(김재연 지음,더난출판),'프랜차이즈로 10억 벌기'(유재수·정보철 지음,한국경제신문),'10억을 만든 사람들의 돈 IQ·EQ'(김대중 지음,윈앤원북스)… 이전에 나온 책 '마케팅으로 연봉 10억에 도전한다'(김승용 지음,씨앤지),'땀으로 이룬 연봉 10억'(김승용 지음,예림미디어),'주식투자의 기본을 알면 10억이 보인다'(히가시야마 잇베이 외 지음,투영)도 마찬가지.10억으로는 변별력이 없다고 보고 '부자의 첫걸음 종자돈 1억 만들기'(김의경 지음,거름)로 눈길을 끄는 책도 있다. 이들 책은 대부분 은행·보험 등 금융상품과 주식·부동산 투자를 단계별로 활용하라는 종합재테크 전략을 소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종자돈 마련,내집 장만,직·간접 투자,효과적인 자산관리 등 특정 분야별 재테크 지침을 집중적으로 다룬 것으로 세분화되고 있다. 어떤 종류의 책이건 부자가 되는 요건과 자세를 먼저 강조한다. 기본적으로 10억원 이상을 모은 부자들은 숫자에 밝고 신용관리나 주식·부동산 지식에서 남보다 앞선다고 한다. 여기에 세(稅)테크와 법(法)지식이 겸비돼야 비로소 부자요건을 갖춘다는 것. 베스트셀러 목록을 보면 '10억'책들의 인기를 실감할 수있다. 교보문고 10월 마지막주 경제·경영 부문 10위 안에 2권이나 들어있다. 이는 특정 금액에 도달하기 위한 노하우와 실천전략을 구체적으로 소개하는 책이 그만큼 선호되는 추세를 반영한 것. 교보문고측은 이를 '경제적 위기의식과 함께 책읽기를 실용으로 받아들이는 독서문화의 변화'라고 분석했다. 외환위기 이후 경제적 현실의 대안을 찾는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듯 요즘같은 불황기에는 실생활에서 곧바로 활용할 수 있는 재테크책을 그만큼 많이 찾는다는 얘기다.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