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독 소설가 이미륵(1899-1950)이 독일어로 쓴 자전적 소설 「어머니」(계수나무 刊. 정규화 옮김. 와 이 그림)가 번역돼 나왔다. 작가는 3.1 운동 가담 후 상하이로 망명갔다가 독일로 유학했다. 1931년부터 독일에서 독일어로 작품을 발표했는데 대표작인 「압록강은 흐른다」(1946)는 독일 중고교 교과서에 발췌, 수록될 정도로 문학성을 인정받았다. 독일 언론은 1999년 뮌헨에서 열린 그의 탄생 100주년 기념행사를 비중있게 보도한 바 있다. 「어머니」는 한국의 어머니에 대해 다룬 작품이다. 한일합방 직후 지주인 수심이네 집에 도둑이 든다. 어머니는 경찰에 신고한다. 하인이 범인으로 밝혀져 6개월 징역을 살게 된다. 수심이는 한식구 같았던 하인을 경찰에 넘긴 어머니에게 실망한다. 수심이는 점차 어머니로부터 멀어진다. 어머니는 수심이가 학교에서 선생 등으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는다고 생각하고 신식학교를 그만 두도록 한다. 친구들에게 잘하는 수심이는 유독 어머니에게만 냉정하다. 어느날 수심이는 자신을 찾지 말라는 편지만 남기고 가출한다. 이 작품의 원제는 '아들을 위한 투쟁'이다. 과도기 한국의 문화를 소개하면서 전통의 구습만을 좇는 어머니와 전통이 해체되면서 새로운 가치에 접하기 시작한 아들간의 갈등을 섬세하게 그려냈다. (서울=연합뉴스) 신지홍 기자 sh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