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궁한 시절을 힘겹게 살아갔던 '서민의 화가'박수근(1914-1965). 그의 작품들에서는 고단한 삶속에서도 꿋꿋하게 살아가고있는서민들의 모습을 찾을 수 있다. 박수근이 삽화를 그렸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생소하다. 박수근은 그러나 「장업계(粧業界)」「광업신문」「한국전력」「교통」같은 협회보 또는 사보에 삽화를 그렸다. 화장품업체인 ㈜태평양이 펴낸 「박수근 삽화집-일상풍경」(커뮤니케이션즈 와우刊)에는 월간 「장업계」에 실렸던 박수근의 삽화 87컷이 모두 수록됐다. 장업계는 '한국화장품공업계'의 준말. 그 장업계 관계자들의 협회인 '장협'이발간한 홍보책자가 「장업계」이다. 박수근은 1959년 3월호부터 1961년 9월호까지이 책자의 삽화를 전담했던 것으로 보인다. 각 호에 실려있는 박수근의 삽화 숫자는 일정치 않은데 적게는 3-4컷에서 많게는 10여컷에 이른다. 가장 주목되는 것은 매호 목차 다음 페이지에 해당하는 이른바'문짝(扉: 도비라)페이지'에 실린 전면 삽화이다. '목련' '연꽃' '달과 기러기' '나목(裸木)' 등을 그렸다. 본문 각 글의 제목을 장식하는 상징적인 컷들도 많이 사용됐는데 사람, 꽃, 풀벌레, 동물, 열매, 집, 재떨이, 기차 등소재도 본문 내용만큼이나 다양하다. 이 삽화집은 박수근의 삽화들을 연도 순으로 정리하여 1959, 1960, 1961년으로나누어 실었다. 연도가 바뀌는 사이사이에는 가족 등 주변사람들의 짧은 글이 '박수근 이야기'라는 제목아래 담겼다. "그이는 물건을 살 때면 큰 상점에서보다 노상에서 손수레나 광주리 장사에게사셨다. 광주리 장사하는 여인들을 늘 불쌍히 여겼고 전후에 고생을 겪는 이웃들을늘 애처롭게 여겨 그분 그림의 소재가 모두 노상에서 장사하는 사람들인지도 모르겠다"(부인 김복순) 강원도 양구군 박수근미술관의 유홍준 명예관장은 책 마무리에 자신이 박수근의삽화를 접하게 된 과정을 밝혔다. "그래도 박수근은 자신의 삽화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며 무척가난에 시달렸던 박수근에게 있어서 이 작은 컷의 원고료는 생활에 적잖이 소금같은역할을 했을 것으로 생각되는 것이다. 주어진 삽화를 몽당연필로 열심히 그려 잡지사에 갖다주고 얇은 봉투에 몇푼의 고료를 받고 돌아섰을 때 박수근의 얼굴에 서렸을 작은 기쁨의 표정이 선하게 떠오른다." 166쪽. 1만8천원. (서울=연합뉴스) 김은주 기자 kej@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