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영 시인의 신작시집 '일찍 늙으매 꽃꿈'(창작과비평사)이 나왔다. 시집에는 지난 90년 등단 이후 시인이 천착해 온 '몸'에 대한 민감한 자의식이 투영돼 있다. 시인은 일상 속에서 소멸하는 자신의 존재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포착해 낸다. 이번 시집의 경우 소멸에 대한 자의식의 정도가 다른 시집에서보다 훨씬 더 '나'에 밀착돼 있는 점이 특징이다. 이는 시적 주체인 나와 대상 사이의 심적 거리가 다른 어느 시집에서보다 가깝다는 것을 의미한다. (문학평론가 이재복) 시인은 또 '늙음'에 대해서도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그리고 '늙음'과 '자아소멸'이 서로 다른 것이 아님을 통찰하고 그것을 '담담한 몸의 노래'로 이끌어 낸다. '나는/크고 둥그런 수박의 속살에 미운 점 박인 작고 까만/씨앗이었다'('수박씨' 중에서)고 시인은 고백한다. 그런가 하면 '내 안에 들어오면/모든 꽃들의 잎은 가시로 변한다'('선인장' 중에서)고도 말한다. 두 말은 얼핏 상반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길고 지루한 유전의 시작과 끝,그 중간에 여성성이 빛나는 존재로 자리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시인 김종해는 "이선영의 시들은 견자(見者)의 눈에서부터 출발한다. 흔하디흔한 '시정의 꽃으로 꽃핀' 자기의 삶과 존재의 삶까지 섬세하게 들여다보는 견자의 눈,시정바닥에서 살아가는 견자의 눈이 있고,화자로서의 감추지 않는 자기고백이 있다"고 말했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