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는 동북아시대라고 한다. 동북아 시장은 성장 잠재력이 가장 큰 지역으로 꼽히고 있다. 그렇다면 적어도 향후 1백년을 좌우할 한국의 브랜드 전략은 무엇인가. '허브 한반도'(현대경제연구원 지음,거름,1만5천원)는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를 앞당기려면 성장의 동력이 달라져야 한다며 한국이 동북아 경제중심국가가 되는 허브 전략에 집중하라고 강조한다. 이 책에서 얘기하는 동북아 지역은 한국 일본 중국을 축으로 싱가포르 대만 북한 몽골까지 포함한 아시아의 북동 지역 전체를 의미한다. 동북아 경제 허브전략은 지정학적 조건을 최대한 활용함으로써 한국을 동북아 지역의 물류 중심지로 만들고 기업과 금융활동의 거점으로 조성하려는 것이다. 저자들은 허브 한반도 전략이 경제활동의 중심지뿐만 아니라 새로운 기술과 지식창출,그리고 제도혁신을 선도적으로 추구할 때 가능하다고 말한다. 이러한 전략은 기존의 수출입국 전략과 다르다. 수출입국 전략은 우리 영토와 국내 노동력에 의존해서 상품을 생산하고 이를 내다 파는 데 주안점을 둔다. 그러나 거점화 전략은 우리 영토와 노동력뿐만 아니라 이웃 나라의 경제적 기회까지 이용해 세계적인 기업과 자본 기술 인력을 흡수하고 한국경제의 선진화와 고부가가치화를 도모하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저자들은 7가지 요건이 충족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최우선 과제는 물류 중심지 전략이다. 인천항과 부산신항 광양항 개발,남북간 철도·도로 연결을 통한 유라시아 실크로드 조성,종합 물류정보 시스템 구축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그러나 노동시장의 유연성과 노사관계가 미숙하고 관련법·제도가 미비한 점 등이 제약요건으로 지적된다. 한국의 최고 강점인 IT산업을 더욱 강화하는 것도 핵심 전략이다. 한·중·일 3국 가운데 한국은 PC보급률과 이동통신 가입자수,전자상거래 활용도 등에서 가장 앞서가고 있다. 이같은 조건을 바탕으로 동북아 IT허브 구축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고 동북아 e-비즈니스 거점도 만들어야 한다. 금융허브의 중요성은 더욱 두드러진다. 저자들은 부가가치 정보망 구축과 국제 금융전문가의 인적 네트워크 조성,물류와 IT 금융을 입체적으로 잇는 시스템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한다. 특히 금융허브 전략에서 영국식 빅뱅모델을 참고하라고 권한다. 빅뱅모델은 미국이나 유럽의 자본이 영국에 모였다가 다시 해당 지역으로 유통되게 만드는 방식. 우리의 경우 홍콩 싱가포르 도쿄의 금융센터와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이들과 연계되고 통합되는 네트워크를 단계적으로 만들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설명이다. 동북아개발은행 공동 설립이나 아시아통화기금 창설 등도 검토할 만하다. 여기에 필요한 조건들은 채권·역외시장 육성,원화 국제화 유도,내외통합형 국제 금융비즈니스센터 구축 등이다. 이같은 전략을 실현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건으로 저자들은 동북아 평화체제 확립을 들었다. 남북 경제협력을 통한 한반도 경제권 형성,공동 프로젝트 수행과 협의체 운영 등을 활용하면서 안정적인 미래를 가꿔가야 한다는 것이다. 부록에 실린 네덜란드와 아일랜드 싱가포르 홍콩 경제특구 성공사례도 유익한 자료다.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